[문화산책] 꽃을 가꾸듯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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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6-16  |  수정 2014-06-16 08:01  |  발행일 2014-06-16 제25면

얼마 전 엑스코에서 개최하는 ‘제5회 대구 꽃 박람회’에 다녀왔다. ‘향기로운 꽃길 여행’이라는 주제로 분재, 난, 야생화, 프레스 플라워, LED플라워 등 꽃을 소재로 한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로 꽃길을 열어놓고 있었다. 자연친화적인 인간의 삶을 위해 플로리스트들이 기울인 그동안의 정성과 노고가 드러나는 작품성 있는 가공품들도 볼 만했지만,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지 어쩐지 뿌리 있는 화초에 더 오래 머물게 됐다. 늘 고정되어 있는 조화의 화려함보다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 후에 피는 한시적인 꽃이 주는 감동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수년 전 연수차 영국에 한 달간 머무른 적이 있다. 집집이 딸려있는 정원에 관심을 보이는 나에게 정원을 보면 그 집 사람의 성품과 여유를 알 수 있다고 하던 한 영국인의 말이 상기된다. 딱딱하게 굳은 흙에 한두 가지 자생력 강한 화초만이 버티고 있는 도시주택의 정원을 보며 말하지 않아도 바쁜 일상과 팍팍한 정서가 느껴져 일리가 있다 생각했다. 며칠 후 교외로 나가 소박하지만 개성 있게 잘 손질된 꽃들이 생기 있게 어우러져 있는 정원을 보며 왜 영국인들이 잘 가꾸어진 정원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하는지 알 듯했다. ‘이런 꽃을 키우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들어가 여유롭게 차를 한잔하며 얘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분이 말하는 여유란 시간적, 물질적 여유만이 아니라 삶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마음의 여유까지 아울러 의미하는 것이었다.

사람의 관계 또한 꽃을 기르듯 가꾸지 않으면 곧 시들어버린다. 나의 필요에 의해서만 찾는 사람과의 관계는 깊이 뿌리 내릴 수 없다. 야생을 떠나 이미 문명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우리네 관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사이를 가로막는 무성한 잡초를 뽑아주고 물을 주며 서로 가꾸고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삶의 노정에서 마주친 무수한 만남 중 가꾸기를 게을리해 끊어진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실내 전시장을 둘러본 뒤 야외광장으로 나오니 줄지어 선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금잔화와 엉겅퀴 같은 화초를 스타벅스 커피 컵에 심어 나눠 주며 환경을 보호하자는 홍보행사를 하는 중이었다. ‘꽃으로 치유받기’라는 지난해의 주제에서 진일보하여 인간에게 기쁨과 쉼을 주는 자연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듯해 훈훈해졌다.

안정인<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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