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전문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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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6-23  |  수정 2014-06-23 07:58  |  발행일 2014-06-23 제25면
안정인 <문학비평가 >
안정인 <문학비평가 >

때 이른 무더위로 여름철 건강관리가 필요한 때이다.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딸아이가 작품전 준비로 연일 밤샘을 하더니 급기야 입술 주위에 물집이 생겨 음식 먹기가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마침 사는 곳 근처가 유명한 성형피부과가 몰려있는 곳이라 짬을 내어 병원에 갔다는데 일주일 넘게 다녀도 더 심해지고 낫지 않아 잠시 집에 내려와 치료를 받고 쉬다 가야겠다고 왔다.

전문가와 아마추어를 구분하는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나의 경우 자신의 서비스에 값을 매겨 사례를 받는 사람을 일단 전문가로서 명함을 내민 것으로 규정한다. 뒤집어 말하자면 자기의 기분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하는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가는 특정분야의 전문성을 갖추어 고객에게 그 사례비에 합당한 서비스를 할 의무가 따른다는 의미이다. 전문인에 대한 이러한 고지식한 기대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유명하여 성업 중이라는 성형피부과에서 간단한 피부질환을 치료 못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아이들 어릴 때부터 다니던 동네 병원을 찾아 상태를 말하고 서울병원에서 받은 처방전과 약을 보이니 연세 지긋하신 의사선생님이 혼잣말처럼 “고생만 시켰네. 어찌 이런 처방을 하는고?” 하신다. 이어 참을 수 없으셨는지 “참 같은 의사로서 환자에게 할 얘기는 아니지만 요즘 문제가 있어요. 모두들 기초의학과정은 소홀히 하고 임상에만 급히 뛰어드니…”라고 개탄의 말을 토하신다.

신문이나 잡지의 광고나 거리의 간판에서도 확인되듯 성형천국답게 넘쳐나는 것이 피부성형과이지만 문제는 피부미용, 스킨케어에 비중을 두다 보니 정작 피부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병원을 찾을 땐 푸대접을 받는다는 것이다. 미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성형외과는 성업일 것이고, 시장경제논리로 보자면 분명 사회에 대한 순기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을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을 가장 기본으로 하여야 할 의술이 자칫 돈벌이 기술로만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속성으로 인한 기초의 부실이 비단 의학계만의 현상이겠는가. 대학 또한 시장경제논리에 따라 기초학문을 도외시하고 취업과 관련된 강좌만 늘리고 있으니 학과의 정체성마저 의심스러운 실정이다. 전문성을 갖추어야 할 기초 영역마저 시장경제에 의해 잠식되는 요즘, 인간을 위한 최저 기본선을 지키는 진정한 전문가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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