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마(魔)의 3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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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6-26  |  수정 2014-06-26 07:53  |  발행일 2014-06-26 제21면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최근 강원도 고성의 육군 22사단 전방초소(GOP)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생각하면 긴 한숨이 나온다. 제대 3개월을 남겨둔 병장이 따돌림을 이유로 동료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총질을 했다. 고교 때 ‘왕따’를 이유로 자퇴했고, A급 관심병사였던 점으로 보아 ‘관계 맺기’에 매우 서툴렀던 인물로 보인다. 요즘 부각되는 학교 왕따, 묻지마 범죄, 은둔형 외톨이 등의 사회병리들은 대부분 관계 맺기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관계 맺기의 실패는 원초적으로 생후 36개월 동안 주양육자(주로 엄마)와의 관계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람의 행동은 눈앞에 마주하는 사람이나 일, 상황에 따라 결정되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 부정적인 느낌을 많이 가진 사람은 순간순간 치밀어 오르는 그 느낌들에 좌우된다. 무의식에 자리 잡은 느낌들은 생후 36개월 동안 주양육자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부정적인 느낌들을 많이 가진 이들은 관계 맺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생후 36개월 동안 부모의 보살핌을 어떻게 받았느냐에 따라 내면의 작동방식이 결정되므로, 일부 정신분석학자들은 이 기간을 ‘마의 36개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만약 생후 36개월 동안 아이의 심리적 탄생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 아이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없다. 청소년기에 이르러 자폐증과 우울증, 정신분열증으로 고생하기도 하고 반사회적인 성격, 인격 장애, 다면성 정신장애와 같은 경계선증후군으로 불행한 삶을 살기도 한다. 심한 경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아이가 생후 36개월 동안 엄마의 손에서 자라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유교적 효 관념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던 시묘살이 ‘3년’과 일맥상통한다. 마의 36개월에서 3년이 엄마가 잠깐 사라져도 자신이 버려진 것이 아니며 엄마가 다시 올 것임을 알게 되는 ‘홀로서기’ 기간이라면, 시묘살이의 3년은 부모가 자식을 품안에서 기르던 기간을 의미한다.

국방부는 A급 관심병사가 1만7천여명으로 45만 장병 중 3.8%에 달한다고 했다. 단정짓기는 곤란하지만, A급 관심병사가 많다는 것은 한국 가정의 초기양육환경이 굉장히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쁜 엄마, 아빠를 뒤로 하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그리고 할머니와 외할머니 손을 전전하며 커가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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