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그림 소장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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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07  |  수정 2014-07-07 07:51  |  발행일 2014-07-07 제23면

1년여 전, 한·미여류작가교류전을 하면서 미국 오리건주의 포틀랜드 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박물관에는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 봉사자들이 예쁜 정장을 입고 방문객을 곳곳에서 안내해 주었다.

[문화산책] 그림 소장의 지혜

유럽 명화와 아프리카 민속품까지 다양하게 전시된 박물관이었다. 우리 일행을 데리고 간 노화가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한 방으로 안내했다. 그 곳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작가의 작품들, 즉 사실적인 풍경화, 추상화, 인물화, 정물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었다. 미술관은 일반적으로 소장된 작품은 창고에 쌓여 있어서 일반인이 감상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그 박물관은 많은 작가의 작품을 특이한 방법으로 소장하여 관람객이 작품을 볼 수 있게 해놓았다.

작품을 움직이는 벽에 걸어서 벽을 벽장에 밀어 넣어 놓았다가 벽을 당기면 작품이 보이는 방식으로 그림을 소장하고 있었다. 한 작가의 작품을 벽면 하나에 10점 이내로 걸어 도서관의 책처럼 벽장에 차곡차곡 진열되어 있었다. 우리 일행이 오자 벽을 당겨서 작품을 볼 수 있게 해줬다. 책을 검색하듯이 그림도 목록이 있어, 관람객이 오면 미리 그림 목록과 경향을 보고 작가를 선택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편안히 한 곳에서 여러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사거나 대여할 수 있도록 체계가 잡혀 있었다. 물론, 우리를 안내한 노작가의 작품도 그 곳에 소장되어 있었다. 어떻게 작가를 선정하냐고 질문을 했더니 심사위원을 정해서 심사에 통과되어야 소장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갤러리는 보통 1주일 단위로 전시회가 돌아가고 있어서 기간이 지나면 작가의 그림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화랑이나 미술관, 문화예술회관과 같은 큰 규모의 공간에 이와 같은 방법으로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게 된다면 많은 작가의 그림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매나 대여가 활성화되어 예술을 사랑하는 시민과, 예술을 위해서 노력하지만 빛을 보지 못하는 작가가 연결되어 서로가 더 향유할 수 있지 않을까.

류시숙<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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