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石印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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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11  |  수정 2014-07-11 07:34  |  발행일 2014-07-11 제18면
[문화산책] 石印材 이야기

도장은 전각(篆刻)의 범주에서 얘기할 수 있지만, 오늘날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 도장은 전각의 고법과는 많이 벗어났다. 그리고 전각을 낙관이라고 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접하게 되는데 전각은 도장을 새기는 행위나 전자(篆字-한문 서체에서 전서체를 말함)를 새겨서 찍는 서예의 한 장르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얘기는 지금부터다.

전각가(篆刻家)가 쓰는 도장의 재료인 인재(印材)는 더러는 나무나 상아, 금속 등을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 돌을 쓴다. 그런데 인재로 쓰는 돌이라는 것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보니 전각가들은 좋은 돌을 보면 값은 두 번째 문제이고 먼저 구입하고 본다. 실제로 불과 10년 정도 사이에 돌값은 지나칠 만큼 많이 올랐고 좋은 돌을 만나는 것은 대단한 횡재수다.

전황석이나 계혈석, 수산석 등 보석 이상의 고급 석인재(石印材)는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있다 치더라도 값이 엄두도 못 낼 정도이다. 돌에 욕심이 많았을 때 저질러 둔 고급돌은 지금은 꼽아보니 내 것이 하나도 없다. 내 돈으로 산다고 해서 돌이 내 것이 되진 않았다. 정작 임자는 따로 있었던 것이다.

비슷한 일이 다른 분야에서도 있었다. 목공을 하는 친한 형님이 군위 어디쯤 향교를 뜯고 다시 지으면서 원래 향교에 쓰였던 춘양목을 아주 헐값에 거저 받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크게 은혜를 입은 분께 선물하려고 그 나무로 서안을 만들어 달라고 얄미운 부탁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도 돈이 없었기에 내 작품과 나무를 바꾸자고 생떼를 썼다. 나중에는 스스로 불공정거래다 싶어 죄송한 마음에 더듬거렸더니 그 형님의 얘기가 명언이었다. 좋은 나무는 주인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좋은 돌도, 춘양목도 정을 쏟아봤자 결국은 제 주인에게 간다. 그렇다고 정을 쏟지 않을 수도 없으니 떠날 걸 알면서도 정성을 들이는 것이다.

아끼면 아낄수록 내 것이 아닌 경우가 있다. 예술가가 좋은 재료를 탐하는 것을 탓할 수야 있을까만 전각거든 목수든 좋은 재료들과 의연히 작별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좋은 것을 얻게 된 것은 값을 치렀건 거저 선물로 받았건 간에 덕을 많이 쌓은 것이 틀림없다. 예술작품이든 물건이든 어떤 가치라는 것이 돈으로 다 가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돈이 아니라 사람을 따라 간다고 믿는다.

권오준 <대구문화재단 문화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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