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커뮤니케이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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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25  |  수정 2014-07-25 07:37  |  발행일 2014-07-25 제18면
[문화산책] 커뮤니케이션 기술
권오준 <대구문화재단 문화사업부>

유럽국가들의 보편적인 디자인 수준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작은 인쇄물의 편집디자인부터 제품, 건축, 공공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그리 쏙 마음에 들게 만들었는지. 잘된 디자인은 소속 조직이나 기업, 나아가 국가까지 왠지 모르게 앞서가는 것처럼 생각되게 한다. 그래서 디자인은 소속된, 혹은 하는 일에 대한 자존심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대개의 성공한 디자인에는 그 일을 수행한 뛰어난 디자이너가 있다. 당연하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그 내막에 현명한 클라이언트도 있다. 일본의 의류 브랜드 중 ‘무인양품(無印良品)’의 탄생은 하라켄야라는 훌륭한 디자이너와 창업주인 다나카 잇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창업주인 다나카는 자신이 은퇴하기 전 후배들에게 무엇을 물려줄까 고민한 끝에, 하라켄야에게 무인양품의 아트디렉터를 맡아줄 것을 청했다.

필자가 무인양품에 주목하는 점은 창업주의 정신이 최고의 전문가에 의해 온전하게 실현됐기 때문이다. 하라켄야는 무인양품을 창조적인 상품개념으로 시작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WORLD MUJI’라는 단어를 생각해냈다. 실제로 무인양품은 지금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이의 성공요인은 창업주 다나카와 아트디렉터 하라켄야, 제품 디자이너인 후카사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창업주인 다나카는 그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잠 못 드는 날이 이어졌다. 당시 그 일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리 재미있었을까? 디렉터와 일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자체를 즐겼다고 한다.

의뢰인과 디자이너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더없이 중요하다. 좋은 디자이너를 만나는 일은 물론 의뢰인으로서 정확히 전달하는 일도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는 디자인을 통해 무엇을 제작할 때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일방적인 요구를 많이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내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일방적인 의사통보를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다나카가 하라켄야에게 아트디렉터를 요청했을 때의 뉘앙스도 생각건대 ‘도와 주십시오’였을 것이다. 전문가를 대하는 쉬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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