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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언 <소설가> |
많은 사람이 일상을 떠나 산으로 바다로 떠나기 시작하는 휴가철이 시작되었다. 요즘은 휴가라는 말보다 프랑스어 ‘바캉스(vacance)’가 더 일상화된 것 같다. 그 어원은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인데 원뜻은 ‘텅 비우다’ ‘자유로워지다’이다. 유럽은 여름휴가가 긴 편이어서 느긋하게 여유를 즐길 수가 있다. 그래서 휴가철이면 말 그대로 거리가 텅 비고, 1년 내내 모은 돈을 바캉스에 모두 쓰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예전의 우리나라는 농경사회였으므로 곡식이 익어가는 여름에 그렇게 긴 시간 일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중요 민속행사는 대부분 추수가 끝난 가을부터 농한기 겨울에 몰려있다. 하지만 여름에도 바쁜 중에 잠깐의 휴식은 즐겼는데, 유두절(음력 6월15일)과 백중(음력 7월15일)이다. 유두절의 풍속은 신라 때부터 있었다. 고려시대에 쓰인 동도유속집에 의하면 ‘유두일에 맑은 개울에서 멱을 감고 궂은 것을 털어버리고, 선비들은 유두 음식을 차려 물가에서 풍월을 읊는 유두연을 베풀었다’는 기록이 있다. ‘유두’란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에서 생긴 것이라고도 하고, ‘물맞이’라는 말을 이두로 표기한 것이라고도 한다.
백중 때는 각 가정에서 그 무렵 잘 익은 과일을 따서 조상의 사당에 차례를 지낸 후 나눠 먹었고, 농가에서는 머슴을 쉬게 하고 돈도 주었다. 그 돈으로 머슴들이 장에서 술, 음식을 사먹거나 물건도 샀다. 휴가를 맞이한 머슴들을 위한 ‘백중장’이 서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휴가는 산업사회와 함께 고도성장이 이루어진 1970년대부터였다. 숨 가쁘게 달려왔던 사람들은 생활이 풍족해지면서 여가활용을 생각하게 되었고, 기업 또한 근로자의 휴식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휴가는 재충전을 위한 시간이다. 읽고 싶었지만 시간을 내기 어려웠던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이고, 산과 바다 등 경치 좋고 시원한 곳을 찾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독서의 계절도 가을이 아니라 여름으로 자리를 내주었다고 한다.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져서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오는 휴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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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바캉스와 휴가](https://www.yeongnam.com/mnt/file/201407/20140731.01019075755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