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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시숙 <화가> |
어느 영국 시인은 ‘흠이 없는 화가’라는 시에서 “레스 이즈 모아(Less is more)”라고 노래했다. 레스 이즈 모아를 ‘비우면 채워진다’라고 해석해 본다.
어느 선생님이 초등학교 때 가출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밤이 되어 집에 돌아가려니 혼이 날 것 같아 가슴 졸이며 숨어 있다가 찾으러 다니던 온 가족과 학교 선생님에게 발견되었다. ‘이제 죽었구나’ 하며 온갖 꾸중을 들을 각오를 하고 있는데 어머니의 “사랑한다, 아들아” 하는 단 한마디로 큰 걱정이 큰 감동으로 바뀌어 전해졌다고 한다.
그림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와 비슷한 현상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림의 간결함이 큰 감동을 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예를 들어 화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는데,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산과 폭포, 꽃과 나비 등 이렇게 하나하나 보이는 것을 그대로 옮겨 놓으면 그 그림은 표면적으로는 들려주는 이야기가 많아지지만 감동이 이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적 관점에서 보면 눈에 보이는 것을 모두 화폭에 옮겨놓는 것보다는 뺄 것은 빼고 강조할 것은 강조하여야 전하는 감동이 커진다.
요즈음, 대구미술관에서 중국의 대표적 현대 미술작가 장샤오강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밀레와 고흐의 영향을 받은 초기 작품, 한 점에 100억원이 넘는 작품이 있는 ‘대가족’ 계열의 중기 작품, 그리고 최근 작품까지 연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장샤오강의 그림에서도 설명이 많은 초기의 그림보다는 단색조의 색감으로 단순하게 중국 사람의 정체성을 표현한 중기 작품에서 더 진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아주 단순화된 그림을 즐겨 그리던 추상화가 로드코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그는 큰 색종이 형태의 도형을 한두 개 붙인 것 같은 극도로 단순화된 그림을 그렸지만, 광활한 자연에서 오는 신비로운 기운을 전하고 있어 작품 앞에 서면, 황홀한 노을이나 넓은 바다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장샤오강의 인물화, 로드코의 추상화 등을 보면서 작업을 할 때 어느 선까지 간결하고 단순하게 해야 가장 아름답고 가장 큰 감동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일상생활에서도 이 같은 고민은 이어진다. “어디까지 채우고 어디까지 비워야 더 아름다운 삶이 될까, 레스 이즈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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