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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진호 <대경대 예체능대 학장> |
영국의 연출가 피터 브룩은 장클로드 카리에르와 함께 장장 10년에 걸쳐 인도의 서사시 ‘마하바라타’를 희곡으로 각색했다. 이 작품은 프랑스 아비뇽연극제에서 초연된 후 여러 나라에서도 초청 공연됐는데, 시간과 공간의 스케일에 관객은 압도당하였다. 피터 브룩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합친 길이의 7배나 되는 마하바라타를 각색해 무대에 올리며 ‘성스러운 연극’을 주장했다.
그는 성스러운 연극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연극인데, 성스러운 연극을 통해 이성으로 억압된 현대인의 정신적인 고립을 벗어나게 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피터 브룩이 보여주려 했던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상상을 초월한 시간과 공간의 스케일만으로도 관객을 압도한 그가 연극 마하바라타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 했을까.
몇 해 전에 결혼을 얼마 앞둔 한 지인이 내게 심각하게 사랑은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사랑한다고 생각해서 결혼을 결심했지만 막상 결혼 날짜까지 잡히니 자신의 사랑에 불안을 느낀 것 같았다. 결혼 날짜만 잡히면 도망가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프랑스 영화가 있는데 갑자기 그 영화가 생각나면서 나는 아무 이야기도 해줄 수 없었다. 그렇지만 피터 브룩의 연극 마하바라타를 되돌아보며 이 글을 쓰는 현시점에서 그 지인이 다시 묻는다면 사랑은 있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
인도의 서사시 마하바라타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오디세이’와 함께 양대 서사시로서 인간과 신이 뒤섞여 전투를 벌이는 고전 중의 고전이지만 누군가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려 보게 하고 싶은 처절한 전쟁 이야기다. 그런데 되돌려 놓는 그 일을 성스러운 연극을 주장하며 피터 브룩이 해주었다. 그는 두 가문의 미움으로 야기된 지독한 전투 이야기인 마하바라타를 각색해 성스러운 연극을 주장하며 우리 마음의 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 사랑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인생은 연극이라고 한다. 피터 브룩 이후로 ‘인생은 성스러운 연극이다’라고 생각한다. 피터 브룩이 연극을 통해 마음의 눈으로도 보이지 않는 사랑을 보여준 것처럼 우리는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보이지 않는 사랑을 보여줘야 하는 시대에 와있다. 보이지 않는다 하여 없는 것이 아니니까 보여주자! 우리들 마음속의 가장 멋진 사랑을 피터 브룩의 성스러운 연극처럼! 그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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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인생은 성스러운 연극이다](https://www.yeongnam.com/mnt/file/201408/20140806.01022074851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