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즘 학생들을 가리켜 흔히 ‘영상세대’라고 한다. 영상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종이’를 불편해 하고, 영상문화를 친근하게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TV와 인터넷 같은 영상매체들이 책이 가진 사유와 비판의 기능을 가지기보다는 두뇌의 수용성만 키운다고 하니 우려스럽다.
종이, 즉 책을 멀리 하는 요즘 세대를 보면서 느끼는 아쉬움은 이뿐 아니다. 아날로그의 향수가 그러하다. 종이를 만지고 느끼며 한 장 한 장 넘기는 재미, 오래된 책 냄새를 맡으며 느끼는 감성과 책을 통해 얻게 되는 충만감을 어찌 알 수 있으랴 싶다.
윈스턴 처칠은 “책을 읽지 않으려면 그냥 냄새 맡고 만지고 쓰다듬기라도 하라”고 했다. 젊은 날에 접했던 시집과 몇 권의 책이 정신의 곤궁을 견디게 하는 마음의 양식이 되고,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보물이 된다.
필자는 한때 헌책방을 꼬박꼬박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연구자료를 구하기 위해서기도 했지만, 책구경 자체가 재미있었다. 책을 얻기 위해 헌책방을 부지런히 다니다보면 예기치 않은 재미가 있다. 별난 취미를 가진 사람도 만나게 되고, 아주 더러는 요즘 쓰는 말로 뜻밖의 ‘득템’도 하게 된다.
먼지 쌓인 책 더미를 뒤적이다가 도서관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자료를 만난 것도 여러 번이고, 생각지도 못한 책을 발견해 눈요기를 잘했던 적도 있었다. 간절히 바라면 언젠가는 꼭 온다던 대학 때 은사님의 말처럼, 찾는 책은 언젠가는 스르르 내 앞에 나타나는 기적 같은 경험도 여러번이었다.
한 번 기회를 놓친 후 영영 내 앞에 돌아오지 않는 책도 있다. 하나는 김용준 선생의 ‘근원수필’이고, 또 하나는 전각가 철농 이기우 선생의 ‘철농인보’다. 고학생 시절 기회를 놓친 후로 ‘근원수필’은 지금 내 형편에 구입하기에는 너무 비싸졌고, ‘철농인보’는 작년에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보았지만, 오른 책값은 둘째 치고라도 소장가가 좀처럼 내어주질 않는다. 꼭 가지고 싶고, 필요한 책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헌책방에서 우연히 득템할 수 있는 책이 아닌 것이다.
득템을 하기 위해서는 습관처럼 책방을 다니고, 변치 않는 열정을 품어도 될까 말까 일텐데 언제부터인지 부지런함도 열정도 없이 간절하지도 않은 기대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스스로 한심하다.
권오준<대구문화재단 문화사업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산책] 헌책방 득템](https://www.yeongnam.com/mnt/file/201408/20140815.01018073540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