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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시작하는 몽골의 대평원에 마두금을 잡은 몽골인이 있다. 그의 등 뒤에는 뚝뚝 떨어지는 선혈 같은 붉은 하늘이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이윽고 마두금이 울고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영혼의 소리, ‘허미’이다. 성대를 동시에 울려 고음과 저음 즉, 한 목소리에서 두 가지 소리를 동시에 내는 독특한 발성법인 허미는 듣는 이까지 악기가 된 듯 전율을 느끼게 한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광활한 평원에서 띄엄띄엄 떨어져 살았지만 서로의 의사 전달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휴대폰은 물론 확성기를 이용하지도 않고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멀고 먼 다른 부락까지 연락을 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 인디언들이 휘파람 같기도 한 기묘한 소리를 내는 장면을 가끔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연을 향한 소리는 영화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몸통 전체를 울림통으로 만들어 옆의 사람까지 공명통으로 만들고, 그렇게 공기를 물결처럼 흔들어서 소리를 퍼트리는 것이다.
우리의 소리 중에도 영가무도라는 것이 있다. 고조선부터 존재한 기록은 있지만 다른 많은 우리의 것들과 마찬가지로 맥이 끊어졌다가 다시 나타난 지 150여년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의 영가무도가 문헌에 나타난 그 영가무도와 같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영가 소리는 우리의 오장육부 하나하나를 모두 악기로 만들어 공기파장의 떨림이 느껴질 만큼 울림이 크다. 몸 전체를 울림통 삼아 속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뭉클해지며 저절로 감동으로 눈물이 흐른다.
아메리카 인디언, 몽골인, 한국인 대다수, 그리고 동아시아계 상당수는 삼신할미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인 푸르스름한 멍자국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 몽고반점은 대개 네댓 살 정도면 사라진다. 핏속으로 전해오던 태초의 기억들도 다시 망각 속으로 숨어들어 가버린다. 그러나 기억은 사라져도 몸은 그 흔적을 남기고 무의식 한쪽에 숨기고 있다가 어느 순간 아득한 그리움으로 되살아나는 것 같다. 무의식을 흔드는 어떤 소리들을 들으면 거칠 것 없는 자유에의 그리움과 어느 때를 흔드는 듯한 기시감, 아득한 쓸쓸함을 느끼게 만든다.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그 소리들도 맞닿아 있었을지 모른다.
이하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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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몽고반점이 기억하는 것은](https://www.yeongnam.com/mnt/file/201408/20140821.01019074533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