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의미있는 만남을 위하여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4-09-03  |  수정 2014-09-03 07:48  |  발행일 2014-09-03 제23면
이완기 <대구시립극단 제작기획>
이완기 <대구시립극단 제작기획>

세상의 많은 소식들이 SNS라는 번개로 엮은 그물을 통해 삽시간에 번진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어쩌고 하는 그 말은 고전문학에서나 뒤져야 할 듯하다. 이것은 기업에는 홍보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며, 사람한테는 다른 이들에게 친하게 지내자며 손 내밀거나 ‘나 어때?’ 하며 자랑도 하고 뾰로통한 표정으로 화났다며 심통도 부리는 등 소통의 수단으로도 엄청나게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여러모로 쓰임새가 좋은 이 그물 위에서 우리는 누구와 만나고 있는가. 참 작고 영리한 전화기 안에만 해도 ‘내가 최고입네’ 하는 여러 종류의 SNS를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동창들과의 모임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아련한 추억이 담긴 초등학교 시절의 코찔찔이 친구들을 몇십 년이 지나 다시 만난다는 것은 여간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옛 친구와의 만남이 너무 반가운 나머지 잘 지내냐는 인사와 함께 배불리 숟가락을 놀리고 ‘원샷’을 외치다가 마이크에 대고 고래고래 노래 부르는 것이 모임의 레퍼토리가 되지는 않았나 다시 짚어 봐야 할 것이다. 다음 날 잘 들어갔냐, 속이 쓰리다는 등의 인사 정도가 오가지만 차기 모임이 또 같은 타임테이블로 채워지는 건 아닌지에 대한 걱정을 하는 이가 드물다.

손안의 작은 화면 속에서 짧은 글로 만나도 큰 즐거움을 나누는 벗들이 아닌가. 그런 친구들이 시간을 쪼개고 회비까지 내 가며 가지는 우리의 소중한 동창모임을 제발 그 흉한 ‘밤문화’ 스타일로 소비하지는 말자.

얼음물 한 바가지 뒤집어쓰는 것도 참뜻을 가지니 얼마나 아름다워지는가. 하지만 우리의 동창 모임에서는 ‘당신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라고 외치며 잔을 머리 위에서 뒤집어 털고 있지나 않은가. 친구들과 풀어야 할 회포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냥 봐도 즐거운 친구들과 따스한 어떤 의미를 가지고 만난다면 얼마나 가슴 벅찰까.

신천둔치를 걸으며 쓰레기를 줍거나 대구 명소를 거닐며 우리 고장을 알아간다거나 하며 모임의 시간 중 조금만 할애해 다른 형태의 기획을 해 보면 어떨까 한다. 나아가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의 말벗이 돼 드리거나 시설의 친구들을 찾아가는 등 동창 모임의 기능적 확대도 제안해 볼 만하지 않은가.

이제는 만날 때보다 헤어질 때 더 반가운 모임이 되지는 말자. “그놈의 술이 웬수지. 이제 술 좀 고만 묵자”라는 내용의 통화는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