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라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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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15  |  수정 2014-09-15 07:54  |  발행일 2014-09-15 제23면
[문화산책] 라쿠 이야기

도자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인간의 육신과 영감, 흙과 불의 조화속에서 탄생하는 도자의 세계는 그야말로 천변만화(千變萬化)의 묘미다.

도자기의 종류를 구분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소성기법상으로 자기, 석기, 도기, 토기 등으로 구분되는데 ‘라쿠’는 도기계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의 소성방법은 일반도자기와는 달리 너무나 독특하여 세계도자사에 중요한 한 획을 긋고 있다. 도자기의 소성역사를 보면 8천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반면, 라쿠소성기법은 약 400년 밖에 안된 최근에 개발된 소성기법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도자기는 가마에 작품을 쌓은 다음 완전히 소성이 끝나고 가마가 식으면 작품을 꺼낸다. 이에 비하여 라쿠는 가마내에서 유약이 완전히 녹아 있을 때 강제로 가마문을 열고 기물을 꺼내어 작가의 뜻에 맞게 현장에서 순간적으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일반 도자기와 다른 점이다. 이처럼 순간의 변화를 즐기는 과정이 라쿠소성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다.

1994년 대구공업대에서 필자는 라쿠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때 조지로(長次郞)라는 한국인 와장(瓦匠)이 일본에서 1580년경에 이 기법을 개발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당시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라쿠 소성기법을 배우게 됐다. 그리고 다년간 작품에 몰두했다.

라쿠(樂)는 말 그대로 즐기면서 굽는다, 또는 구우면서 즐긴다는 뜻으로 환희, 기쁨의 뜻이 함축돼 있다. 기물에서 얻은 즐거움이 차(茶)라는 매개를 통해 배가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역사적으로 다례(茶禮)에 사용됐던 그릇 중 라쿠다완을 최고의 차그릇으로 꼽는다고 한다. 라쿠는 분명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현대의 라쿠는 북미에서 재해석되어 지구 반바퀴를 돌아 한국으로 왔다. 오늘날 세계인들은 라쿠도자기를 다완이라는 차그릇의 개념에서 벗어나 조형성으로 표현범위를 넓혀 순수미술의 영역으로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이는 현대도예의 새로운 트렌드이기도 하다.

요즘 영화 ‘명량’의 흥행으로 새삼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과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그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우리 선조 도공들의 애환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지금 우리에게 잊혀졌지만 라쿠를 만들었던 주인공이 바로 한국인 조지로라는 점을 이번 기회에 새롭게 알았으면 한다.

이태윤<도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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