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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큰 달이 뜨며 아쉬운 추석의 밤은 져버렸다. 어린이들의 방학 끝자락같이 귀한 대구의 가을이 파란 하늘과 시원한 날씨로 그 아쉬움을 더한다. 10℃ 넘는 일교차는 반갑지 않은 ‘감기’라는 손님도 문을 두드리게 한다. 으스스한 밤이슬처럼 기분 좋지 않은 이야기와 높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가을볕처럼 따사로운 이야기로 교차되는 뉴스가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게 한다.
본디 이야기는 사람이 만들어낸다. 지난 명절엔 눈물 고인 가슴에 대못을 치는 이들의 씁쓸한 이야기가 사건으로 불거져 나오며 많은 이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그러던 중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어느 중년이 버스를 타고 출근 하던 중 한 할머니가 무거운 짐을 들고 힘겹게 버스에 올라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기사에게 “버스 요금이 없으니 한 번만 태워달라”고 했다. 그러자 기사는 감시카메라가 도입돼 그럴 수 없다며 할머니에게 도로 내리라고 했다. 그 난감한 순간, 버스 앞쪽에 타고 있던 어린 소녀가 주머니에서 만원짜리 한 장을 내밀고선 울먹이며 “할머니 열 번 공짜로 태워주세요”라고 말하고는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순간 당황한 이는 비단 기사뿐만이 아니었다. 버스에 같이 타고 있던 모든 이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가슴이 조여 오는 부끄러움에 그 중년은 내리기 전에 만원짜리 한 장을 소녀의 주머니에 찔러 넣고 말았다. 그렇게라도 해야만 할 것 같아서라고 했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런 이야기가 사람들의 가슴에 읽혀야지, 국회가 식물이니 어디 앞에서 피자나 치킨을 얼마만큼 먹었다는 쓸 데 없는 내용으로 사회면이 채워지지 않았으면 한다. 햄버거 하나가 절실히 필요한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지난 명절을 보내며 우린 대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었는가. 가족 친지끼리 소소한 일상에서라도 말이다. 어르신들의 어깨라도 한 번 주물러 드렸는가. 오랜만에 보는 아이들과 공놀이 한 번 해 보았는가. 그러지는 못하고 TV 리모컨만 두드리는 어른이 되어 컴퓨터 마우스와 키보드 두드리는 아이들을 나무라지는 않았는가를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눈에는 어른들이 어떻게 보였을까. 우리만의 작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이완기<대구시립극단 제작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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