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명작에 비추어 보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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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24  |  수정 2014-09-24 07:44  |  발행일 2014-09-24 제21면
[문화산책] 명작에 비추어 보는 우리

테네시 윌리엄스의 자전적 희곡 ‘유리동물원’에는 미국의 경제대공황기라는 험난하고 황량한 시대적 배경에 하나씩 결함을 가지고 있는 가족이 비틀거리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 2014년 한국이 비치는 동시대성이 발견되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 명작임을 말해주는 하나의 증거이다.

젊은이들이 느낄 박탈감은 위의 그때 그곳이나 여기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고 자조하며 슬픔을 느낀다. ‘유리동물원’의 ‘톰’처럼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거나, 잠시 쉬고 돈을 벌어야 하는 학생들이 지금도 열악한 시급에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톰은 “죽은 사람이 얼마나 행복할까?”라고 말하지만 죽기보다 더 싫은 곳으로 일어나 출근한다. 졸업과 동시에 빚더미에 올라앉을 수밖에 없는 학생들은 과연 어디로 가고 싶을까. 그러니 톰처럼 술에 의지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밖에…. 대학가의 축제는 술판으로 변하고 자연스레 선정성 논란이 일고 있지 않은가. 어느 학교의 축제 홍보포스터는 유흥업소를 연상케 하고 또 그런 학교의 총학생회에서는 선정적 복장을 규제한다니 참 혼돈스럽다.

이런 슬프게 찬란한 시대에 내동댕이쳐진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아직도 젊다고 생각하는 내가 부끄럽다. 아시아인들의 축제마저 선수들의 아름다운 소식에 뒤이어 얼룩진 구설들이 먹구름처럼 몰려와 망쳐버린다. 화려한(?) 서막을 열고 선수들이 흘린 땀을 보고 환호를 보내 주어야 마땅한 즈음에 슬프게도 ‘역대급’이란 칭호와 더불어 ‘최악’이라는 단어가 이어져 참 슬프다.

작품에서는 비정한 현실의 존재인 ‘짐’이 그들에게 상처만 남기고 떠나버려 결국 아무것도 구원되지 못하고 점점 더 어두워지기만 한다. 내가 다른 이들에게 그 짐의 역할이 아닌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러면서도 그 어떤 ‘고도를 기다리며’ 무언가가 곧 될 것이라는 희망고문을 계속 스스로에게 또 모두에게 염치 없이 해야만 하지 않겠는가.
이완기<대구시립극단 제작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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