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골든타임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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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5-06-18  |  발행일 2015-06-18 제면

골든타임은 응급처치 또는 사건·사고 초반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금쪽같은 시간을 말한다. 심폐소생술의 경우 5~10분이 골든타임이다. 항공기 사고에는 ‘90초 룰’이라는 게 있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90초 이내 승객을 기내에서 탈출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해난사고 골든타임은 1시간으로, 항공기에 비하면 다소 여유가 있다. 섬나라 일본의 해난사고 구조율은 96%에 이른다. 구조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수구난대의 활약과 전광석화 같은 초동대응으로 웬만해선 골든타임의 임계점을 넘기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는 골든타임의 뜻이 사뭇 달라진다. 시청률이나 청취율이 가장 높고 광고비도 가장 비싼 시간대를 가리킨다. 프라임타임, 드라이브타임이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오후 7시에서 9시 사이가 골든타임이고 그 중에서도 오후 7시30부터 30분간의 시청률이 가장 높다. 한국은 오후 8~11시가 프라임타임에 속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도 골든타임 유실(流失)이 화근이었다. 최초 의심환자 신고를 받고도 36시간 동안 뭉갠 게 골든타임 까먹기의 시작이었다. 보건당국은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 후에도 병원에 정보를 주지 않았고 역학조사는 감염 열흘 후에야 시작했다. 메르스 환자가 머물거나 경유한 병원을 공개한 것은 첫 확진환자 발생 18일 후인 6월7일이었다. 격리자 관리 실패와 판단 착오를 거듭한 삼성서울병원도 골든타임을 놓치긴 마찬가지였다. 보건당국과 메르스 2차 진원지 삼성서울병원의 굼뜬 행동은 메르스 전파력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2011년 축산농가를 휩쓴 구제역 사태도 두 번씩이나 골든타임을 놓친 사례다. 첫 번째는 초동대응의 실패였고 두 번째는 예방백신 접종의 실기(失機)였다. 그러는 사이 구제역은 전국으로 번졌고 결국 320만마리의 소·돼지를 매몰하고서야 상황은 종료됐다. 메르스 사태, 세월호 사고, 구제역 모두 골든타임 유실이 부른 재앙이란 점에서 판박이다. 세월이 흘러도 정부의 허접한 재난 대응체계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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