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정치인?…겉모습은 우리랑 같은 20대인데 다른 세상 살고 있는 것 같다” ③

  • 박진관
  • |
  • 입력 2016-01-22   |  발행일 2016-01-22 제35면   |  수정 2016-01-22
■ 정치의 계절…대구의 ‘40’ ‘20’에게 ‘대구’를 묻다
생생 톡톡…20대에게 정치·경제·국가·지역이란?
20160122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20대가 대구시 중구 북성로 믹스카페에 모여 대한민국과 대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왼쪽부터 양재현씨, 김진수씨, 홍미정씨, 김지섭씨)
20160122

위클리포유는 대구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대학생 4명을 만나 20대가 가지는 국가관, 정치관, 지역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했다.

▲지금의 20대를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해야 하는 ‘삼포세대’라 한다. 여기에다 인간관계,내집 마련을 포기해야 하는 ‘오포세대’, 꿈과 희망을 잃었다고 ‘칠포세대’라고까지 하는데.

▶김지섭 “태어나서부터 경제가 좋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정부가 이걸 해결하겠다고 노동개혁을 하겠다는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게 개혁인지 묻고 싶다. 기업만 좋은 게 아닌가. 언론도 경제가 어렵다며 노동개혁을 왜 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홍미정 “청년실업을 해결한다고 개혁과 혁신을 부르짖는데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김진수 “박근혜정부는 야당 측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한다. 정쟁에 휘둘려 젊은 세대의 일자리 법안이 발목잡힌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청년일자리 법안과 임금피크제가 정쟁의 도구가 되고 있다.”

▶양재현 “박근혜정부는 보수정부다. 복지보다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대의 정치관이 예전과 달리 보수적으로 바뀐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진수 “불의에 항거하기보다 순응하는 경향이 있다. 공기업을 선호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스펙 경쟁하랴, 토익점수 높여 취업하랴 바쁘다. 정부는 청년일자리 정책을 말로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청년을 위한 법안 발의는 새누리당이 더 하는 것 같다.”

▶김지섭 “20대의 정치참여가 단절돼 있다. 괴리감을 느낀다. 요즘 20대가 정치하려면 평범한 사람은 안 된다. 적어도 하버드대를 나와야 한다.(웃음) 우리랑 같이 겉모습은 20대인데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SNS를 하는 친구 중 일베 회원이 있다. 실제 주변에서도 만난다. 하지만 정치적 이념을 갖고 하는 건 아니고 호기심 차원이다. 이렇게 하면 정치희화화에 빠진다. 보수에 청년도 있어야 한다. 청년은 무조건 진보라고 하면 안 된다. 대구의 청년층이 다른 지역보다 보수적이라는 데 동의한다. 전남대 교류학생으로 광주에서 1년 있었는데 새누리당과 박근혜정부를 많이 비판하더라.”

▶양재현 “지난 대선 때 TV토론회에서 진보가 참패했다고 본다. 안철수도 있었지만 진보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홍미정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유대인의 교육 방식을 봐라. 유대인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안다. 우린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가르치지 않는다. 경쟁만 있고 공동체를 위한 공공의 교육이 없다. 그래서 점점 더 보수화된다.”

▲다들 20대 중반이다. 20년 이상 대구의 정치지형은 그대로인데.

▶김지섭 “야당이 대구를 포기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젊은 층의 투표율이 낮다고 하는데 야권에서 여권의 경쟁상대와 맞붙어도 될 인물이 나왔나.”

▶양재현 “미약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있다. 대통령선거에서 야권 지지가 조금씩 높아진다. 젊은 층에서 SNS를 많이 활용하니 변할 것이라고 본다.”

▶홍미정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변하지 않는 상황을 지켜보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김진수 “지역감정으로 세상을 보는 건 청년을 무시하는 거다. 기성세대에게 그런 것은 물려받고 싶지 않다.”

▲지역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지섭“대구사람을 우롱하는 것 같다. 지역감정은 이제 젊은 세대에게 통하지 않는다. 지역감정은 광주에서도 볼 수 있다. 대구와 광주는 비정상적인 도시다. 투표를 할 때 파블로프의 무조건반사를 보는 것 같다. 개인을 만나면 지역감정은 없다. 광주의 청년은 경상도 억양을 좋아하더라. 전화할 때 경상도 억양을 쓰면 눈길이 쏠리는 게 신기하더라. 그런데 오히려 잘 챙겨준다. 호남 사람은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 군대에 갔을 때 광주 친구들이 호남말투를 고치려고 애를 썼다는 말을 들었다. 호남 억양을 쓰면 차별받을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광주에서 알바를 했는데 광주 친구가 ‘너는 여기서 어떻게 알바할 생각을 했어? 나는 호남말투로 부산이나 대구 가면 못 할 것 같은데’라고 하더라. 광주지역 대학에선 5월에 축제를 안 한다. 5·18 때문인데 상처가 크다.”

▶홍미정 “나는 대구 서구에 산다. 대구에도 지역감정이 있는 것 같다. 친구들이 서구는 우범지대가 아니냐고 한다. 서구가 다른 구에 비해 빈곤하고 노인층이 많다. 그런데도 새누리당 지지율이 높은 게 신기하다.”

▲다들 지방대에 다닌다. 요즘엔 대학서열이 아주 구조화됐더라. 지방대를 싸잡아 ‘지잡대’라고도 하던데.

▶김지섭/“경찰간부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 로스쿨 가는 게 꿈이었는데 대학이 서열화돼 있다는 걸 느낀다. 난 유리벽과 유리천장이 있다는 걸 못 느꼈는데 로스쿨 준비를 하면서 ‘아, 이건 원시적 불능 상태구나’라고 생각했다. 로스쿨에선 과보다 학벌을 먼저 본다. 2010년 경대 법대에서 사법시험 수석이 나왔는데 요즘 같으면 그가 서울대 로스쿨에 들어갈 수 있겠나. 판이 더러워진다. 현실적으로 왜 손해를 보고 들어가야 하나 싶어 경찰간부 시험을 준비한다. 차별이 심하다. 전남대생들이 가장 많이 가는 대기업이 ‘금호’인데 호남기업이다. 유리장벽이 있다. 경쟁력 있다. 난 학벌이란 계급장을 떼고 붙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방인재할당이니 뭐니 하지 말고 내 능력만 보게 해 달라.”

▶양재현 “친구가 전자과를 졸업하고 경북대 대학원에 갔다. 이 친구가 카이스트와 서울대에도 붙었는데 경북대에 가더라. 이유를 물으니 학연카르텔 때문이란다. 서울대에서 석사를 하면 기업으로 보내려 한다고 들었다. 서울대에서 학부를 졸업해야 성골이란다. 그러니 왜 가겠나.”

▶홍미정 “지난해 수업을 하다 한 교수가 모교에 다니는 게 자랑스러운 사람은 손 들어보라고 하기에 자신있게 손을 들었는데, 학생이 먼저 조롱의 눈길로 보는 것 같더라. 지잡대라는 말 들으면 정말 씁쓸하다. 그러니 기를 쓰고 공무원을 하려고 한다. 국가에서 관리하니 차별이 적은 편이다.”

▲부모와 한 세대 차이다. 부모와 정치적인 생각이 일치하나.

▶김지섭 “아버지가 예전에 시위하는 것을 보면 다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웃음) 난 시민단체에 억하심정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다. 아버지는 그들을 사회분열을 조장하고 발목잡는 사람으로 생각하더라. 좋게 말하면 애국심이 센 거다. 그런데 부모님이 서서히 바뀌더라. 달성군에 사는데 후보들이 대통령 마케팅이니 뭐니 하니 아버지가 언짢아 하시더라. 많이 놀랐다.”

수/“수성구에 산다. 아버지는 61년생, 어머니는 66년생이다. 대구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당보다 사람과 정책을 보라고 한다.”

▶홍미정 “부모님이 60년대 생이다. 아버지가 한국이 발전한 게 누구 덕인 줄 아냐고 하기에 할 말이 없더라. 두분 다 보수적이다.”

▶양재현 “아버지께서 ‘대구는 무조건 새누리당이다. 우리가 광주 견제세력이 돼야 한다’고 하기에 내가 정치를 알아야지 싶어 신문도 보고 책도 보면서 관심을 가졌다. 우린 정치에 대해 특별히 따로 교육을 받지 않았다. 독일 같은 데선 그렇지 않다고 들었다. 얼마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란 책을 봤다. 진보와 보수의 관점에서 정치를 논했다. 책을 보면서 한국의 언론, 특히 미디어가 진실을 가리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대학의 총학생회는 어떤가.

▶홍미정 “정치집회는 거의 없고 학생을 위한 서비스에 관심이 많다. 총학생회가 우리 생각을 지배하고 결정하지 않는다. 취업문제가 훨씬 크다. 기업에서도 총학생회 활동을 한 경력이 있으면 안 좋아한다고 들었다. 지난번 총학에서도 단일후보가 나와 찬반 투표만 했다.”

▲어떤 대구, 어떤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나.

▶김지섭 “유리한 걸 가지고 있으면 그 이익을 더 가지려 한다. 공정경쟁이 안 되는 것 같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공정한 대한민국, 특권이 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홍미정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다. 어릴 때 구구단을 외웠는데 왜 구구단을 외웠는지 모르겠다. 틀에 맞춰 교육을 받아왔다. 교육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김진수 “경쟁과 양극화가 너무 심하다. 상생과 공존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탄탄한 나라가 됐으면 한다. 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정치가 해결해야 하는데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정권획득에만 눈이 멀었다.”

▲북한을 어떻게 보나. 젊은 층에서 통일에 대한 생각이 점차 옅어지는데.

▶김지섭 “해병대로 백령도에 있었다. 북한과 대치하지만 통일은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한다. 통일은 우리 세대의 몫이다. 통일대박이니 하는데 남북대화는 헛돈다. 북한은 예측불가능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6·25전쟁의 원인이 우리가 아닌데 서로 싸울 필요가 없다. 난 북한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공사례도 있다. 고 정주영 회장을 봐라. 일개 기업이 하는데 국가가 왜 못하나. 북한에 정주영체육관이 있지 않은가.”

▶홍미정 “북한의 김씨세습 체제를 설득시킬 수 있을까 싶다. 통일문제는 평생 가지고 가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양재현 “얼마 전에 전역했다. 지뢰사건으로 잠을 못 잤다. 안보나 대북문제에 대해선 강경해야 한다.”

▶김진수“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 끊임없이 주변 국가를 설득해야 한다. 통일이 되더라도 주변국가에 이득이 된다는 걸 강조해야 한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