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원에 달하는 성주 참외 시장이 몰락하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누가 전자레인지에 돌린 참외를 먹겠습니까.”
국방부의 성주 사드배치 확정에 대한 성주 주민들의 분노는 상상 이상이었다. 13일 오후 4시쯤 국방부 컨벤션 센터 앞으로 버스 5대가 한꺼번에 들어왔다.
주민을 맞이하기 위해 미리 와 있던 이완영 의원(고령-성주-칠곡)은 재빨리 버스 앞으로 다가가 버스에서 내리는 김항곤 성주군수를 포함해 200여명의 상경 군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취재진 카메라 앞에 선 김 군수는 상기된 얼굴로 “성주군 사드 배치 확정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5만 성주군민은 치를 떨고 있다”면서 “성주군의 희생을 담보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켜야 한다면 사전에 충분한 논의나 협의가 있어야 했다. 오늘 상경의 목적은 성주 사드배치 철회”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 장소는 성주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곳 인근의 나지막한 산이다. 기자분들이 성주 현지를 방문해 꼭 취재해 달라. 전 국민에게 이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군수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사드 배치 결사 반대’라고 적힌 머리띠를 맨 주민들은 “성주군 사드 배치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약 10분간 구호를 외친 주민들은 컨벤션 센터 강당으로 이동한 뒤 한민구 장관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황인무 국방부 차관이 설명회를 시작하려 하자 여기저기서 “장관 나와라” “성주군민이 개, 돼지냐” “철회한 후 설명하라” “박근혜 대통령이라도 나오라”라는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완영 의원을 비롯해 유승민, 최경환 의원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일부 주민들은 “이완영, 유승민, 최경환은 국회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성주사드배치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이재복 위원장은 “고향이라고 새누리당을 찍고 정부 편을 든 성주 군민을 개, 돼지 취급하는 행태를 용서할 수 없다”면서 “국방부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별도 못한 채 사람을 죽이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 위원장은 12일 하루 동안 군민 2만5천여명으로부터 받은 ‘사드 배치 반대 서명부’와 ‘사드 성주 배치 결사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혈서를 황 차관에게 전하며 “성주에 사드라는 선물을 준 국방부에 대한 성주군민의 성의”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 혈서는 김 군수를 포함해 이 비대위원장, 도의원, 시의원 등 9명이 이날 상경 전 성주에서 열린 궐기대회에서 공개적으로 썼다. 혈서는 황 차관의 거부로 전달되지는 못했다.
성주군민 석모씨(44)는 “국방부의 성주 사드 배치 발표 후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성주에 땅을 사려던 외지인이 오늘 계약을 취소한 사례도 있다”며 “사드 배치는 곧 ‘성주의 몰락’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오후 6시쯤 황 차관은 주민들에게 배포한 ‘주한미군 사드 배치 부지 설명’ 자료를 짧게 읽은 뒤 퇴장했다.
한편, 황 차관은 설명 자료 낭독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성주’를 ‘상주’라고 지칭해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김상현·석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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