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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성주군 성주읍 성밖숲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범군민 궐기대회에서 김항곤 성주군수(오른쪽)와 배재만 성주군의회의장(오른쪽 둘째)이 혈서를 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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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군민 5천여 명이 13일 성주군 성주읍 성밖숲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범군민궐기대회에서 사드 배치 반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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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성주군 성주읍 성밖숲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범군민궐기대회에 참석한 군민들 앞에서 한 외신기자가 리포팅을 하고 있다. |
군수 등 9명 결사반대 ‘혈서’
대구서도 고향 걱정돼 달려와
“참외 농가 막대한 피해 입어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 눈물
“이제 여기서 어떻게 살란 말입니까.”
13일 오전 10시30분 ‘성주 사드배치 범군민 궐기대회’가 열린 성주읍 성밖숲. 머리에 ‘사드 배치 반대’가 적힌 붉은 띠를 두른 5천여명의 군민이 성밖숲을 가득 메웠다. 집회장 주변에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결사 저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나붙어 있었다.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사드 배치 절대 반대’ ‘청정지역 성주에 사드배치 웬말이냐’ 등이 쓰인 수백 개의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사드 반대 구호를 외쳤다. 성주지역 사찰 승려들도 집회에 동참했다. 사드 국내 배치가 국내외적으로 중대한 사안임을 증명하듯 외신 기자들까지 취재경쟁을 벌였다.
이날 집회는 성주 사드 배치 확정설이 나온 후 급하게 준비한 탓에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은 미신고 집회로 진행됐다. 집회 중 경찰이 두 차례 경고방송을 했으나 주민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를 규탄했다. 성주가 고향인 이모씨(여·44·대구시 달성군 다사읍)는 “고향이 걱정돼 대구의 지인들과 부리나케 집회장인 성밖숲으로 왔다. 사드가 성주에 배치된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뒤 벌써부터 다른 지역에서는 성주참외를 먹지 않는다는 소리가 들려온다”며 “성주군민 60%가 참외로 먹고사는데 사드가 성주에 배치되면 참외농가에 막대한 손해를 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집회가 시작되자 성주지역 지도자급 인사들은 단상 위로 올라가 ‘성주 사드배치 반대’를 주장했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없이 일방적인 밀실행정으로 성주군의 희생만을 바라는 현실에 군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생명과 같은 땅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후손들 볼 면목이 없다. 사드배치에 어떠한 것도 허락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 스피커를 통해 전해진 김 군수의 목소리는 격앙된 듯 떨림이 느껴졌다.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은 “작은 공장 하나 들어서도 절차가 있는데, 사드를 배치하면서 주민과 군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비판했고, 이재복 사드 성주 배치 반대 범군민비상대책위원장은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뒤 뒤늦게 설명을 하겠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군수, 배 의장, 이 위원장, 정영길 경북도의원 등 9명은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의미로 혈서를 썼다. 이들이 ‘사드 성주 배치 결사반대’라는 혈서를 들어보이자 집회에 참여한 군민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사드 배치 반대를 외쳤다. 또 정부가 사드 배치 이유로 든 북한 미사일 화형식을 하는 등 사드 배치 반대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손가락 지혈을 하던 중 “지금 국방부 차관이 성주로 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김 군수는 “사드 배치도 일방적으로 하더니 아무 말도 없이 내려와 설득하려 하냐”면서 호통을 쳤다. 김 군수는 “국방부 차관이 온다고 해도 만날 의사가 없다”며 “예정대로 (오늘) 주민들과 국방부 항의 방문을 가겠다”고 말했다.
집회가 끝난 뒤에도 상당수의 주민들은 성밖숲 왕버들 밑에 남아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 결정에 분통을 터뜨렸다. 사드 배치 지역으로 알려진 성산포대 근처에 사는 유윤희씨(여·30)는 “주변에 학교 등 인구가 밀집된 곳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성주군민들이 그렇게 만만한가. 집이랑 땅이랑 다 거기(사드 반경 내)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글=마준영·석현철·조규덕기자
사진=황인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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