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시청 엘리베이터 내부에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노진실 기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대권 도전을 위해 시장직을 중도 사퇴한 가운데, 그가 시장 재임시 남긴 정책 등을 두고 대구시가 안팎으로 술렁이고 있다.
2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 직원 익명 게시판에는 최근 전임 시장 시절 추진 정책과 내부 분위기 등에 대한 의견 게시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름의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비판적인 내용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파워풀 대구' '동대구역 동상' '서울시민' '어공(어쩌다 공무원)' 등이 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직원은 “앞으로 문서에 '파워풀 대구'는 빼야겠다고 생각한다. 알고 보니 서울시민이었던 사람이 남긴 유산을 대구 사람이 지킬 이유는 없는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파워풀 대구'는 민선 8기 대구시의 시정 슬로건이다.
현재 시청 곳곳에는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정책 홍보 영상 등 각종 대구시 제작 자료에도 '파워풀 대구'가 들어간다.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시청 일각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지난달 29일 홍 전 시장은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자신의 SNS에 “이제 모든것 내려 놓고 서울시민으로 돌아 가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게시판에는 “불과 얼마 전까지 대구시장을 한 사람이 정계은퇴하고 서울시민이 된다니, 대구는 뭐가 되나?" “그냥 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콕 찝어 '서울'시민 하시겠다고 한다..." 등 서운함과 비판이 담긴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홍 전 시장 재임 시절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두고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그걸(박정희 동상) 지킨다고 밤샌 것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라며 “서울시민이 가져가든지, 안 그러면 치우든지 해야 한다. 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라는 의견이 있었다.
또 다른 직원은 홍 전 시장 시절 이른바 '어공'들이 영향력을 발휘한 것과 그 옆에서 일부 '충성 경쟁' 분위기가 발생한 것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홍 전 시장 재임 시절 '업적'을 거론하는 등 옹호하는 글도 있긴 있었다.
한 직원은 “공무원들이 더 힘을 내어 (전임 시장이) 바탕 깔아준 역점 사업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민' 표현과 관련해서도 “당원이 가장 많은 TK에서 도와주지 않아서 그런거 아닐까. 정말 진심으로 대구를 위해 일을 많이 했는데, 끝까지 그걸 알아주지 않아서 일부러 한 멘트일 것"이라는 옹호 글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일부 직원은 “노력해도 안되던 군위가 편입됐고, 신공항 및 달빛철도 특별법이 통과됐다"라고 했다. 하지만, 업적 관련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한편, 게시판에선 직원들간 날선 논쟁이 오가기도 했다. 한 직원이 “홍 전 시장 있을 땐 찍소리 못하다가 나가자마자 욕한다. 제대로 된 간언 조차 못했다면 조용하자"고 하자, 또 다른 직원은 “그 제대로 된 간언하면 들어주는 척이라도 하시는 분이었나"라며 반박했다.
앞서 김대현 대구시의원은 지난 달 22일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민선 8기 출범 후 지난 몇 년간은 대구시에 유례없던 변혁의 시기였다"며 “대구시는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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