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고금에 걸쳐 우리나라에서 가장 디테일한 규범으로 꼽힌다. 나랏일과 고을일을 하는 사람의 올바른 행동가짐을 전하고 있다. 다산은 "목민관은 백성의 어려움을 뼛속 깊이 헤아리고, 직위를 이용해 착복하지 않고, 언제든 그만 둘 수 있다는 다짐으로 일해야 한다"고 했다. 근데, 다산의 가르침을 무색케 하는 최근 뉴스 하나가 씁쓸함을 남겼다. 경북지역 한 군수가 요양원 여성 직원에게 욕설과 비하 발언을 했다는 것. 입에 담기도 민망한 워딩("××××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고 해라", "그거 그× 그 미친× 아니야" 등)에 아연실색했다. 군수의 막말은 '공적 신뢰'를 한순간에 깨뜨렸다. 설령 화가 날 일이 있었더라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무엇보다 상대가 현장에서 돌봄근로를 하는 약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분노를 절제하지 못하는 리더는 권력도 절제하지 못하는 법이다. 들끓는 비난 여론에 그는 사과를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다시 '기초지자체장의 자격'을 생각한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경북 22개 시· 군 수장(首長)으로 어떤 인물을 뽑아야 할까. 모두(冒頭)에서 언급한 '인성(人性)'을 첫번 째 기준으로 꼽고 싶다. 이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자체장은 수도 없이 민원과의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럴수록 요구되는 덕목은 감정 조절과 공감 능력이다. 지방선거에선 어떠한 인격으로 지역과 지역민을 대할 것인지를 후보자에게 물어야 한다. '그 사람 일은 잘한다'는 말로 인격의 결함을 덮을 순 없어서다. 옛 세종 임금은 벼슬아치의 자격으로 '바른 품행과 염치(廉恥)'를 제일로 꼽았다. 관리를 뽑을 때 능력 이전에 인성을 눈여겨 본 것이다.
다음으론 '능력'이다. 경북 시·군의 미래를 맡겨야 할 사람이다. 무능함은 용납할 수 없다. 작금 경북의 현실은 분명하다. 인구는 속절없이 감소하고, 청년은 대도시로 떠나며, 지역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이른바 '위기 대응형 리더'가 절실하다. 능력만을 놓고 경북지역 시장·군수를 선택하는 기준은 딴 거 없다. '누가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가'다. 무엇보다 '청년'을 행정의 중심에 두겠다는 인물이 나와야 한다. 선거철이 되면 공약은 넘쳐난다. "기업을 유치하겠다" "떠난 청년을 다시 데려 오겠다" 말의 성찬은 식상하다. 논리적 상상력과 구체적 로드맵을 갖춘 이가 필요하다.
수치가 모든 걸 말해준다. 특히 재선·3선에 도전하는 후보라면 말로 대충 때워선 안된다. 지난 임기 지역 인구 추이는 어떠했는지, 청년층 '탈(脫)지역'은 어느 정도였는지, 기업 유치가 고용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솔직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변명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다. 공약은 냉정한 자가진단에서 출발해야 한다.
오는 지방선거는 대구경북행정통합과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유권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구경북특별시가 탄생한다면 중앙정부 권한의 일부를 넘겨 받고, 그 권한은 다시 시·군에 재배분될 수 있다. 따라서 시·군은 권한도 늘어나고, 쓸 수 있는 재정도 늘어날 게다. 시·군 입장에선 그동안 독자적 추진이 어려웠던 대형 국책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처럼 시·군을 획기적으로 키울 수 있으니 인성과 능력을 함께 갖춘 수장을 뽑는 게 매우 긴요하다. 겸손한 자세로 주민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인구 감소 속도를 조금이라도 더 늦출 인물이 누구인지 말이다. 온전히 유권자의 혜안에 달렸다.
이창호 경북본사 본부장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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