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절차적 정당성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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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01   |  발행일 2016-08-01 제30면   |  수정 2016-08-01
20160801
김형곤 (법무법인 중원 구성원변호사)

최근의 영남권 신공항문제
성주에 사드배치하는 결정
모두가 지역민에 설명없어
의견 수렴하는 절차는 무시
결과에 앞서 과정 중시해야


최근의 영남권 신공항 문제와 사드배치 성주 결정사태를 겪으면서 갑자기 대구·경북이 독도보다도 한반도에서 더 멀리 떨어진 느낌이 든다. 중앙의 보수언론을 대하다 보면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사람들에게 대구·경북 사람들은 지역이기주의에 빠진 염치없는 인간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이유는 대구 사람으로서의 자괴감 때문일까, 아니면 중앙 보수언론의 편견 때문일까.

지역민 상당수는 보수라는 색깔 공유 때문이었는지 한때는 중앙 보수언론의 열렬한 팬이었음에도 지금은 이혼한 배우자처럼 중앙 보수언론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갑자기 주민 밀집지역에서 2㎞ 남짓 떨어진 곳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결정에 반대하는 성주군민들의 생존을 향한 외침이 단지 님비현상이거나 경제적 보상을 노리는 얄팍한 상술의 몸짓인가. 대구·경북도 아닌 경남 밀양에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바랐던 것이 지역민의 염치없는 억지란 말인가.

만약 사드 배치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도 없고 배치 여부에 대한 적절한 여론 수렴 절차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서울의 관악산이나 평택의 미군기지에 사드를 배치한다고 결정했다면 그 지역민은 국가안보를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있는 레이더 전자파는 인체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믿으며 반대 없이 순순히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였겠는가. 중앙의 보수언론도 레이더 각도에 따른 인체 유해성에 대한 분석이나 엑스밴드 레이더가 설치된 일본의 교가미사키 지역 주민들의 반대시위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이 국가안보를 위해 지역이기주의는 포기해야 한다든가 외부세력의 개입 여부에 초점을 맞추며 논쟁의 핵심을 흩으려 했을까.

물론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수 있고, 경제적·안전적·운영의 효율적 측면에서 우월하다면 영남권 신공항 대신 김해공항 확장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재의 사태는 그 결과만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정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것을 정부나 중앙의 보수언론은 과연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한반도 사드 배치 자체의 적절성에 대해 충분한 공론화가 있었는가. 레이더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검증과 조사가 있었는가. 신공항 입지결정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영남권 주민들에게 알려줬으며, 정치적 고려라는 요소가 경제적, 안전적, 효율성의 요소와 비견할 정도로 중요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는가.

1998년부터 시행된 행정절차법은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 사전에 이를 통지하고 해당 국민에게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고 필요한 경우 청문이나 공청회를 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다만, 국가안전보장 등에 관한 사항 중 행정절차를 거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사항 등에 대하여는 위 법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나아가 2014년 개정을 통해 행정청은 행정과정에 국민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참여방법과 협력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도 신설했다. 다수 국민의 안녕과 안전, 경제적 이해가 걸린 문제에 대하여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민주적 행정의 기본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사드배치 문제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긴요한 사항이므로 중대한 국익을 위해 비밀리에 신속히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중거리 미사일을 수차례 개발, 발사하고 수소폭탄이라고 주장하는 4차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까지는 적극적인 사드배치 논의가 없다가 북한이 일본, 미국을 겨냥해 광명성 4호라는 장거리 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발사실험에 성공하자 비로소 사드배치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김해공항 확장을 결정하고 한 달도 되지 않아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발표했다가 갑자기 성주에 사드배치를 결정한 과정이 과연 민주적 절차에 따른 정당한 결정인가. 우리 정치 지도자는 민주주의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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