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韓人이민 1세대 묘지…묘비 부식돼 이름조차 식별못해

  • 최보규
  • |
  • 입력 2017-07-04   |  발행일 2017-07-04 제6면   |  수정 2017-07-04 07:37
하와이 알라에 공동묘지
잘 정비 日人 묘지 대조
20170704
지난 5월 찾은 하와이 빅아일랜드 알라에공동묘지. ‘한국인 구역’내 어느 부부의 묘지를 둘러싼 울타리가 넘어져 있다.

‘여기에 고국 멀리 한국인들의 영혼이 잠들어 있다.’

지난 5월25일 하와이 빅아일랜드 알라에 공동묘지를 찾았다. 사탕수수밭 노동자와 사진신부 등 하와이에서 일생을 마감한 한인 이민 1세대가 집단으로 묻혀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산등성이를 따라 조성된 공동묘지는 고국을 그리는 심정을 반영하듯 광활한 태평양을 응시하고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오르막길을 타고 3분여 올라가자 ‘한국이민조상기념비’가 반겼다. 1998년 세워진 이 기념비에는 ‘그들은 하와이의 다민족문화 육성에 공헌을 하고, 또한 한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이들’이라고 적혀있었다. 기념비 뒤쪽으로는 한국인 묘지 150여 기가 안장돼 있다. 대부분 1870~1880년대생이다.

역사적 깊은 사연에 비해 공동묘지는 무심하게 방치돼 있었다. 상당수 묘비는 고인의 이름조차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부식돼 있었다. 검게 변색되거나 군데군데 이끼 낀 묘도 있었다. 심지어 어느 부부의 묘역은 콘크리트 울타리가 뽑혀져 묘비를 간신히 빗겨나간 채 누워있었다. 불과 2m 거리에 정갈하게 정비된 일본인 묘지 구역과 대조됐다.

기념비 건립 사업에 참여한 최영호 전 하와이대학교 교수는 “1980년대에 묘지가 거의 버려지다시피 돼 있는 채로 발견됐다. 묘비가 사방에 흩어져 있었고, 부식된 상태는 지금보다 훨씬 심했다. 이에 기념비를 세우고 묘역을 정비하는 작업을 했다. 하지만 조상을 기억하는 2·3세 후손이 세상을 떠나면서 지속적인 관리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