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광고 찍는 바람에…물 건너간 안경선배의 시구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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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1 00:00  |  수정 2018-03-21
■ 30일 삼성 홈개막경기 女컬링팀 시구 무산된 사연은
삼성 팬으로 알려진 女컬링팀
구단, 本紙에 섭외 연결 부탁
컬링팀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LG청소기 CF 찍은 탓에 무산
20180321
캐나다서도 “영미!”//김은정 스킵이 이끄는 여자컬링 대표팀이 20일(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노스베이에서 열린 2018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서 스웨덴 여자팀을 상대로 예선 4차전을 치르고 있다. 여자 대표팀은 7-9로 패하며 대회 첫 패배를 당했다. 연합뉴스

매 시즌 프로야구 개막전의 시구자를 지켜보는 일은 야구팬들에게 또다른 재미다. 오는 30일 홈 개막전을 준비 중인 삼성 라이온즈도 이같은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구자 선정에 공을 들였다. 삼성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본격적인 작업에 나섰다. 평창올림픽 최고스타로 떠오른 컬링 여자국가대표팀이었다. 원 소속팀이 경북체육회인 데다 선수 대부분이 의성 출신이어서 상징성은 더할 나위 없이 컸다. 게다가 선수들이 열렬한 삼성팬으로 알려져서 시구의 의미를 더욱 크게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삼성이 영남일보 측에 컬링팀 섭외를 부탁해 다리를 놔주기도 해서 거의 성사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컬링팀의 삼성 홈 개막전 시구가 무산됐다. 자초지종은 이렇다.‘영미~’ ‘안경선배’ ‘갈릭걸스’ 등 숱한 유행어를 낳은 컬링팀은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브라운관의 스타로 떠올랐다. 지상파 뉴스를 비롯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여자컬링팀 선수들이 투구하는 스톤과 스윕(빙판을 닦는 행위)을 하는 브룸이 마치 로봇청소기, 무선청소기와 닮아 올림픽 직후 ‘청소기 CF’를 찍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이 나왔다. 실제로 그랬다. 여자컬링팀 선수들은 청소기 CF를 찍게 됐다. 그런데 이 광고가 삼성 홈 개막전 시구의 발목을 잡는 계기가 됐다. 여자컬링팀 선수들이 광고한 제품이 하필이면 삼성전자의 경쟁업체인 LG 제품이기 때문이다.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야구단의 그룹사(史) 혹은 모기업 제품과 관련된 경쟁심리는 미묘하게 작용하는 편이다. 과거 LG가 홈구장인 잠실야구장에 ‘LG전자 제품이 삼성전자 제품에 이긴다’는 뉘앙스의 광고판을 달아 선수들과 삼성전자 측을 동시에 자극한 일은 유명한 일화다.

어찌됐든 삼성은 현재 새 시구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관계자는 “현재 특정 시구자와 개막전 시구를 거의 합의한 상태다.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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