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치맥노믹스와 위시리스트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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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7   |  발행일 2018-08-17 제22면   |  수정 2018-09-21
대구치맥 대중성 확보불구
소비로 연결하는 과정 미흡
산업관광축제 성공하려면
치맥축제 상설화가 급선무
체험 즐길 전시관 추진 필요
20180817

일본 요코하마에 가면 ‘아까징끼’ 공장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건물이 있다. 아까징끼는 일본어로 빨간약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상처가 났을 때 감염을 막기 위한 소독약이자 치료약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공장이었던 2개 건물은 쇼핑몰, 미술관, 전시관 등으로 탈바꿈해 내국인과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눈에 띈 곳은 기린 맥주 전시관이었다. 기린 맥주는 요코하마에서 시작되어 아사히 맥주와 함께 일본의 2대 맥주로 꼽힌다. 식음료 전시나 박람회에 가면 시식이나 시음 행사를 하면서 제품 홍보를 하는 것이 의례적이다. 하지만 아까징끼 맥주 전시관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 방문객을 위한 체험형 프로그램이 많았다. 맥주 전시관을 나오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대구치맥페스티벌이었다.

여러 도시에서 치맥을 관광 상품으로 내세우지만, 대구가 치맥의 성지가 된 것은 이유가 있다. 1985년 대구 효목동에 문을 연 멕시칸으로부터 시작되어 멕시카나, 페리카나, 스머프, 처갓집 통닭이 1980년대에 탄생했다. 1990년대에 교촌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등이 뒤를 이었다. 교촌치킨은 프랜차이즈와 대형화의 선두주자였다. 2000년대에 땅땅, 별별, 굽네, 네네, 파닭, 백록담, 윤치킨, 키토랑, 치킨파티 등의 후발 브랜드도 등장했다. 대구·경북 지역은 치킨 산업이 탄생하고 성장한 곳이다.

치맥축제는 2018년으로 6회째를 맞이했다. 영남대 사이버감성연구소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치맥축제의 5단계 ‘N’을 추적했다. SNS 게시물 및 영상 조회수와 도달범위 등으로 측정한 결과, 1단계인 사람들의 주목(attentioN)을 받는 것에 성공했다. 게시물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표현을 나타낸 좋아요, 공감, 비공감에서도 충분한 반응(reactioN)이 있었다. 개인의 생각과 느낌을 댓글로 표현(expressioN)하는 행위에서도 여러 축제들에서 돋보였다. 3년 연속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하니, 온라인 공간의 친구 추천이 오프라인의 실제 참여(participatioN)로도 이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전국적 인지도와 폭넓은 대중성을 확보했음에도 치맥축제는 마지막 단계인 소비(consumptioN)로의 연계 고리가 약하다. 비즈니스와 프리미엄 라운지 운영을 통해 유료화를 시도했지만, 부스 설치와 운영비용을 제외하면 수익은 부족하다. 여타 행사와 다르게 치맥축제는 문화관광이 아닌 산업관광으로 그 방향을 정했다. 따라서 치맥축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 축제의 산업화를 통해서 ‘치맥노믹스’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이슈는 치맥축제가 일회성 행사라는 점이다. 축제의 본질이 소멸성 놀이터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놀이의 경험은 만족감으로 남아서 동네 치맥집으로 모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적어도 산업관광형 축제를 추구한다면 즐겁고 신나는 경험이 재화나 서비스를 창출하는 투자와 소비로 나아가야 한다. 선순환 과정을 확보하려면 요코하마 맥주관처럼 치맥축제가 상설화되어야 한다. 치킨뿐만 아니라 맥주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체험하면서 축제 경험을 강화하는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다.

김정우 교수(고려대)는 ‘문화콘텐츠와 경험의 교환’에서 경험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주장했다. 경험은 개별성이 강하므로 어떤 요소보다 사람을 몰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험 추구 제품이 바로 음식류이다. 음식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음식 맛을 동일하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음식 맛을 알기 위해선 현장에서 경험하지 않고서 불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치맥축제는 상설화되어야 한다.

대구·경북 지역은 전라도 등에 비해 음식 맛에 대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전시관을 통한 상설화는 치맥축제의 즐거운 경험을 바탕으로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미국의 ‘버팔로 윙’과 같이 한국을 대표하는 치킨 브랜드가 대구에서 지속적으로 탄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뮤지컬페스티벌과 컬러풀축제에 버금가는 예산이 최소한 확보되어야 치맥 전시관 추진을 위한 동력도 생길 수 있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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