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스님과 ‘물 다툼’…민원처리에도 불만 품은 듯

  •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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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2   |  발행일 2018-08-22 제3면   |  수정 2018-08-22
■ 귀농 70대 극단적 선택 왜?
상수도 직접 설치 후 나눠쓰다
배관 모터 전기요금 놓고 마찰
문제해결 안 되자 수차례 민원
폭염·가뭄에 갈등의 골 깊어져
이웃 스님과 ‘물 다툼’…민원처리에도 불만 품은 듯

2명의 공무원이 숨진 봉화 총기난사 사건은 물 문제로 인한 갈등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봉화군 등에 따르면 엽총을 쏜 김모씨(77)는 8년 전인 2010년 수원에서 봉화군 소천면으로 홀로 귀농했다. 귀농 후 아로니아를 재배하며 지내오던 김씨가 이웃 주민과 갈등을 빚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자신의 농장에 상수도시설을 설치하면서부터다.

김씨가 개인 비용으로 상수도시설을 갖추자 인근 주민과 사찰 등 3가구에서 “수도 배관이 있으니 같이 좀 사용하자”며 발생하는 비용은 부담하는 조건으로 김씨를 포함한 총 4가구가 수도배관을 같이 사용해 왔다.

그러나 김씨는 사찰에서 수도배관 모터를 설치했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전기료 등의 비용을 놓고 사찰 스님 임모씨(49)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김씨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소천면사무소를 찾아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고, 면사무소는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 사유재산을 놓고 벌이는 다툼이라 적극 개입이 곤란했다.

임씨는 최근 “김씨가 총으로 나를 쏴 죽이겠다는 말을 주민에게 했고, 이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얘기한 것을 전해들었다”고 경찰에 진정서를 냈다. 경찰은 총기위협 사실을 들었다는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시간이 가면서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졌고, 김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봉화경찰서 관계자는 “김씨가 물이 잘 나오지 않자 고지대에 사는 임씨 때문이라고 여겨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씨가 면사무소를 찾아 물 관련 민원을 넣었으나 만족스러울 만큼 중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봉화군 관계자는 “4가구가 상수도를 같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폭염과 가뭄으로 수압이 떨어져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다툼이 있었고 김씨가 민원을 제기했다”면서 “농번기가 끝나고 직경이 더 큰 관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중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봉화=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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