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 중학교 ‘스쿨 미투’ 숨기기에만 급급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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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9 07:21  |  수정 2018-08-29 07:21  |  발행일 2018-08-29 제8면
학생들이 붙여놓은 포스트잇
학교측이 임의로 철거해 파장
외부에 알리지 말라 이야기도
“학생회와 상의해 철거” 해명
대구 한 중학교 ‘스쿨 미투’ 숨기기에만 급급
A중학교 재학생들이 학교 복도 출입문에 게시한 인권침해 폭로 포스트잇. 학교 측이 이를 임의로 철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 대구지역 학생들의 ‘스쿨미투’ 제보(영남일보 8월28일자 8면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A중학교에서 이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학생들이 겪은 성폭력·인권침해 내용을 교내 복도에 붙여두자 학교 측에서 이를 임의로 철거했다는 것. 또 외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말 것을 교사들로부터 강요받았다는 주장도 속속 나오고 있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는 28일 “지난 27일 인권침해 사실을 포스트잇에 적어 학교 2~4층에 붙여뒀는데, A중학교 측에서 이를 강제로 철거했다”며 “A중학교를 다니면서 피해사실을 알린 익명의 제보자들에 따르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외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말 것을 요청하고, 아수나로에도 같은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스쿨미투 프로젝트 김모모(활동명) 대표는 “A중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겪은 인권침해 사례를 학생들의 감수성이 예민해 생긴 문제로만 치부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학교는 가장 먼저 진위를 파악하고 이를 사과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데 그것보다 학생들의 입을 막는 데 급급해 보인다”고 했다.

앞서 A중학교는 지난 27일 교내 방송을 통해 “과장되거나 허구인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학교 복도에 붙여서 퍼뜨리지 마라. 각자 사연이 있으면 반 실장·학생회장에게 이야기하라. 학교가 선생님·학생 모두를 위하는 방향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학생회 회장단은 포스트잇을 철거했으며, 학생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설문조사에 착수했다. 또 이 같은 사실을 관할 교육지원청에 알렸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쌀쌀하기만 하다. A중학교 재학생 B양(14)은 “포스트잇 종이를 회수해 교장·교감·학년주임 선생님이 인권침해 사실을 읽어보겠다고 했다”며 “(선생님께서) 조례 시간에 선생님을 믿고 외부에 이를 알리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마치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A중학교 관계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27일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관할 교육지원청에 보고한 뒤 학생 전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해 교사들이 사과할 부분이 있다면 용서를 구하고, 왜곡된 사실은 고쳐 나가겠다. 포스트잇은 강제로 철거한 것이 아니라 학생회 회장단과 상의한 끝에 철거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A중학교 재학생들은 페이스북 ‘학생인권 대나무숲’에 “수업 중 엎드려 있었는데 선생님이 브래지어 끈과 후크가 연결돼 있는 부분에 손을 얹고 깨웠다” “(선생님이 엄마에게) 여식애들이 공부 잘해서 뭐합니까라고 했다” “(선생님이 몸을 보더니) 너는 좀 덜 먹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등의 글을 게시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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