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시대, 대구경북 프로젝트 .12] 대구시의 남북교류협력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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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6   |  발행일 2019-03-26 제8면   |  수정 2019-03-26
대구, 친선축구로 남북교류 시동…가을쯤 평양축구단-FC 경기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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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전경.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아파트형 공장이다. 북측은 2016년 공단이 폐쇄된 이후에도 시설 관리를 잘해오고 있다. 교체가 불가피한 설비도 있지만 대부분은 양호한 편이어서 제재가 해제되면 이른 시일 내 재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작은 사진은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 근로자들의 생산활동 모습.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제공>

대구시는 2017년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직후 대구경북연구원을 통해 ‘대구시 통일정책 수립 기초 연구’에 착수해 그해 11월 완료했다. 이동형·이재필 박사가 약 120쪽의 보고서를 냈다. 이 연구는 문재인정부가 남북교류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지방정부의 남북교류협력 필요성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착수됐다. 지역 주민과 함께 남북교류·통일사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향후 남북관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구시 차원의 통일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구시 교류협력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가 남북교류와 통일정책 추진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통일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산업적으로 섬유, 기계, 금속가공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자동차, 물산업, 의료, 에너지, 로봇 등 친환경첨단산업도시로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점도 주목했다. 사회·역사·문화적으로는 고려 태조 왕건 관련 다양한 유적, 경상감영이 소재한 정치·행정·교육·문화·교통의 중심지, 다양한 항일 유적지, 산업화·근대화 자원, 세계적인 공연 문화 콘텐츠 및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점이 부각됐다.

흥미로운 점은 교류협력 대상 북한 도시로 청진시(함북), 함흥시(함남), 원산시(강원), 신의주시(평북), 남포시(평남), 라선특별시(함북) 순으로 꼽혔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청진시와 함흥시는 동해안에 위치한 중심도시로서 대구시와 경제·산업적 특성이 부합할 뿐만 아니라 역사·문화적 교류와 중국·러시아와의 협력 가능성 등이 높게 평가됐다.


대경연발표‘통일정책’ 보고서
경제·산업·사회·역사·문화 등
대구, 다양한 통일 인프라 보유
북한 청진·함흥시와 교류 적합
中·러시아와 협력 가능성 높아

市, 법적·제도적 기반 이미 완료
조례 제정 등 기금도 51억 적립
직제개편 통해 교류협력팀 신설

취약한 北 인프라 개선에 집중
상하수도시설·의료 기반 구축
北 필요에 의한 지원사업 검토



연구보고서는 통일정책의 목표를 ‘시민과 함께 통일한국의 미래를 창조하는 대구’로 설정했다. 대구시민의 강력한 지지와 지원을 바탕으로 통일정책을 준비하고 추진함으로써 통일한국의 미래를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추진전략으로는 △통일 기반 구축 △통일의식 제고 △남북 신뢰 구축 △남북 상생 발전을 제시했다.

통일기반 구축을 위해선 통일정책 기본계획 수립, 전담조직 확충, (가칭)남북교류협력협의회 구성, 대내외 관련 주체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을 언급했다. 통일의식 제고로는 시민 참여 통일소통광장 마련, 시민대상 통일 프로그램 다양성 제고, 통일교육 기반 확충 및 확산,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하는 사회통합, 통일 프로그램 개발 등이다. 남북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인도적 지원(의류, 의약품 등), 개발 협력(섬유산업, 신재생에너 지, 도시개발, 물산업 등), 북한 관계기관과 소통 핫라인 모색 등으로 요약된다. 마지막으로 남북 상생 발전을 위해 개발협력의 호혜협력으로 전환, 경제·사회·문화교류 활성화(국채 보상운동 공동기념사업 등), 교류협력사업의 국제화를 제시했다.

◆제도 정비와 추진 실적

대구시는 대구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제정, 남북교류협력위원회 구성 및 운영, 그리고 남북교류협력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남북교류협력기금 조성 등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이미 완료했다. 대구시는 2005년 8월에 정부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을 대구시 차원에 뒷받침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제반사항을 규정한 대구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듬해에는 대구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들어갔다. 이 기구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자문 사항과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총괄 및 조정 등의 역할을 했다. 현재 행정부시장을 위원장으로 위원 18명이 위촉돼 있다.

또 2014년 12월 대구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개정에 이어 2015년도부터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조성해 오고 있다. 대구시의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2015년 10억원을 시작으로 기금 적립에 들어가 3월 현재 51억원에 이르고 있다. 대구시는 이와 함께 지난 1월1일 직제개편을 통해 자치행정국 자치행정과 내에 교류협력팀(4명)을 신설했다.

대구시는 2000년대 초부터 민간단체를 통해 내복·연탄 보내기 운동 등 각종 인도적 지원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통일 분위기 확산 및 통일 의식 제고를 위한 각종 토론회, 강연회, 캠페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제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사업으로는 2007년 1월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대구지부에서 북한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마을에 연탄 5만장을 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앞서 2006년부터 2012년까지는 북한 어린이 내복보내기 운동을 전개했다. 대구정토회·남북평화나눔운동본부를 통해 평안북도 장곡리 등에 내복 1만6천여벌을 전했다. 그 외에도 북한 수재민 돕기 성금 모금, 생필품 지원, 손수레 보내기 등의 사업을 폈다.

◆남북교류협력사업 현황

대구시는 평창올림픽 이후 불기 시작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에 맞춰 지난해 5월 부서별로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점검했다. 당시 대구시는 추진 중인 사업이나 추진 예정인 사업 중 협력가능성, 지속가능성, 정책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채보상운동기록물 남북공동 조사연구사업을 포함한 총 3건의 사업을 발굴하는 등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준비를 했다.

국채보상운동 남북공동 조사연구사업은 북측에 있는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을 남과 북이 공동으로 발굴하고 연구·조사해 그 결과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추가 등재하기 위한 사업이다. <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는 오는 10월쯤 평양에서 중국·북한과 공동으로 국제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북측에 의사 타진을 하고 있다.

오는 4월7일 열리는 2019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 북측 선수단을 초청하려던 계획은 성사가 힘들 전망이다. 연초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였으나 최근의 북미관계 경색에 따라 남북접촉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지난 2월12~13일 올해 첫 남북 민간교류 행사인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의 금강산 방문 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를 통해 북측에 대구국제마라톤대회 북측 선수단 초청장과 초청계획서 등을 전달한 바 있다.

남북친선축구대회도 안타깝게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 2월 프로축구 대구FC의 전용구장(DGB대구은행파크) 개장식에 맞춰 북측 선수단을 초청해 친선경기를 개최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축구장 잔디 생육문제와 대구FC 경기 일정관계로 무산됐다. 대신 대구시는 오는 9~10월쯤 영남일보 주최로 평양축구단과 대구FC 간 남북축구대회 친선경기를 개최하기 위해 북측과 접촉하고 있다. 현재 일본 조총련과의 접촉을 통해 대회를 추진하고 있으며, 북측 참가 의사가 확인될 경우 6월쯤 방북해 일정 등을 조율할 계획이다.

◆장기 구상

대구시는 일차적으로는 남북의 공통된 관심사와 역사적 동질성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남북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사회문화교류 사업 등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남북친선축구대회를 통해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물꼬를 튼다는 구상이다. 또 그동안의 단순물품 지원 등 인도적 지원사업을 넘어 대구시의 특색을 살릴 수 있고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와 북한의 요구(needs)를 매칭한 교류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뛰어난 물 산업 분야의 신기술을 바탕으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북측 지역의 상하수도시설 인프라를 개선하거나 메디시티 대구에 걸맞은 의료분야 지원이나 의료기반 구축 사업을 통해 북측의 열악한 보건복지 분야를 개선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또 대구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친환경적인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활용한 각종 지원과 교류도 검토 대상이다.

대구시는 이처럼 취약한 북측의 인프라를 개선해 나가는 사업을 통해 보다 미래지향적인 남북관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남북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한 준비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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