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테이블세팅지(수저 세트 놓는 종이)로 음식점 식탁 위 점령한다”

  • 서정혁,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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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6 07:11  |  수정 2019-07-26 07:11  |  발행일 2019-07-26 제12면
■ 대구 달서구 동아종합인쇄사
일반 제품의 화합물 소재 대신
무염료 종이·콩기름으로 제작
“친환경 테이블세팅지(수저 세트 놓는 종이)로 음식점 식탁 위 점령한다”
지난 24일 달서구 월암동에 위치한 동아종합인쇄사 인쇄부에서 서만석 대표이사(오른쪽)와 서호진 총괄이사가 인쇄된 제품을 살펴보며 웃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24일 오후 1시, 대구 달서구 월암동에 위치한 동아종합인쇄사는 쉴 틈이 없었다.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인쇄기계들은 쉴 틈 없이 돌아갔다. 주문자의 변심 전화가 걸려왔다. “디자인을 변경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디자인팀과 인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제작을 위한 준비가 끝났기 때문이다.

“갈아 엎고 다시 만들어 드려라.” 서만석 동아종합인쇄사 대표(65)가 상황을 정리했다. 서 대표의 승인이 떨어지자 디자인팀은 고객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다시 디자인 설계를 시작했고 인쇄팀 역시 이미 준비가 됐던 생산 시스템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영업부에선 디자인 변경을 요청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고객의 주문 수량을 다시 확인했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갔지만 공장은 문제 없이 돌아갔다.

◆국가대표와 대구대표

동아종합인쇄사를 운영하는 서만석 대표는 대구를 대표하는 기업인이다. 어릴 적부터 인쇄와 관련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고객의 사소한 변심 등의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베테랑이다. 그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고객, 자신의 상품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심하는 고객 모두에게 디자인과 제품은 중요하기 때문에 주문 전까지 끊임없이 고민한다”며 “업주 입장에서 제품을 담는 박스는 제품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에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제품이 생산되기 전까지 고객이 디자인 변경을 원하면 최대한 수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제품을 쓰는 고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며 웃었다.

지게차를 운전하는 직원들 중 눈에 익은 사람이 보였다. 서 대표에게 경영 수업을 10년 가까이 받은 후 총괄이사직을 맡고 있는 서호진씨(37). 그는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5천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영웅이었다. 그는 이제 국가대표 유니폼이 아닌 작업복이 더 익숙하다. 서호진씨는 “운동과 사업은 다르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최선을 다해 매진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며 “대구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서 끊임 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테이블 세팅지 개발

1990년 설립된 동아인쇄사는 지역 인쇄회사 중 몇 안되는 알짜기업이다. 매출은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학교, 기업, 공기업, 공공기관 등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다. 유명 TV프로그램에 맛집으로 소개된 업체들도 배달박스 제작을 요청할 정도로 업계에서 평판이 좋다. 30여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동아인쇄사는 고객들과 함께하기 위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중점 분야는 ‘친환경 테이블 세팅지’다.

테이블 세팅지는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수저 세트를 두는 종이를 말한다. 고객의 입으로 들어가는 수저를 두는 곳이기에 무엇보다 위생이 중요하다.기존 업계에서는 사실상 테이블 세팅지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정작 음식보다도 먼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었지만 간과됐다. 동아인쇄사는 친환경 소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늘어나는 시기인 점을 감안해 친환경 테이블 세팅지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서 대표가 친환경 세팅지에 집중하는 까닭은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사용하는 제품에는 형광증백제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일반 식당 테이블 세팅지는 재활용이란 명목으로 형광증백제가 포함됐고 화합물질로 이뤄진 잉크를 이용한 인쇄물들이 결국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실제 국내 유명 맘카페 등에서는 아토피 등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형광증백제가 포함된 세제 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서 대표는 친환경(무염료) 종이와 콩기름으로 만든 제품을 개발했다. 콩기름 잉크(SOY INK)는 식물성 친환경 잉크로 수질오염 예방과 대기오염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생분해성이 향상된 대두유로 만들어졌다. 또 다양한 업종을 운영하는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한식, 일식, 경양식, 중식 등 업종별로 개별 주문 생산도 가능하다.

서 대표는 “깨끗하고 품격 높은 식탁 차림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친환경 테이블 세팅지를 생산하게 됐다”며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기 때문에 업장에 대한 첫인상부터 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고품격 디자인과 고품질 인쇄를 고집하지만 고객을 위해 저렴한 가격, 빠른 납기, 제품 만족 등을 통해 고객 만족 경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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