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린이 안전을 볼모 삼는 정치 대립, 어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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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6   |  발행일 2019-12-06 제23면   |  수정 2019-12-06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김민식군(9)이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어린이 교통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민식이법에 앞서 2016년 해인이법을 시작으로 한음이법, 제2 하준이법 등 어린이 교통안전 관련 법안이 수차례 발의된 바 있지만 아직 단 하나도 통과되지 못하고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야가 국회에서 치고받고 싸우는 와중에 어린이 안전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민식이법도 처음부터 국민의 관심을 받은 것이 아니다. 민식이 부모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지난 19일 마련된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첫 질문자로 민식이 어머니를 지목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어머니 박초희씨는 자신의 아들처럼,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더이상 없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를 위해 스쿨존에서 사고를 낸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지난달 말 민식이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올해 안에 법이 제정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법안 199건에 대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행위)를 신청하면서 정기국회가 사실상 올스톱됐다. 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는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지만 민식이법을 포함한 시급한 민생법안의 처리도 미뤄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법안 처리 관련 사태가 서로의 잘못이라며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측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전략을 집단 인질극과 다름없는 대대적인 ‘법질극’이라 비판하지만 민주당도 이런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여야 모두가 어린이 안전을 담보로 인질극을 벌이는 것과 다름아니다. 어린이의 안전이 달린 일을 당리당략에 빠져 내팽개쳐두는 것은 국회의원의 본분을 잊은 것이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민식이법 등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되자 시민들의 항의가 거세다. “아이들을 볼모로 잡는 한국당 정치, 괴물정치를 규탄한다”는 이들의 분노에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이다.

국회가 할 일을 하지않고 정쟁에 몰두하면서 민식이법과 같은, 국민에게 절실한 관련법들이 잠자고 있다. 결국 국민만 골병 드는 것이다. 민생관련 법안을 더 이상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아야 한다. 여야는 당장 오늘부터라도 힘을 모아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그것이 진짜 국민을 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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