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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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6   |  발행일 2019-12-06 제42면   |  수정 2019-12-06
국민배우의 회고록…진실과 거짓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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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발간을 앞둔 프랑스의 국민배우 파비안느(카트린 드뇌브). 미국에 살고 있는 딸 뤼미르(줄리엣 비노쉬)가 이를 축하해주기 위해 남편 행크(에단 호크), 어린 딸 샤를로트와 함께 엄마의 집을 찾는다. 반가운 재회도 잠시, 엄마의 회고록을 읽은 뤼미르는 실망 가득한 표정으로 “이 책에는 진실이 없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파비안느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나는 배우라서 진실을 다 말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서로에게 쌓인 오해와 숨겨진 진실에 대해 알아가는 두 모녀의 이야기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지만 자신에게는 늘 소홀했던 엄마에게 받은 상처와 섭섭함이 컸던 뤼미르는 엄마의 회고록을 계기로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길 기대했다. 하지만 책 속에는 여배우로서 스스로를 미화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가족에게 미안함과 용서를 구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고, 허구와 왜곡으로만 채워졌다. “역시 기억은 믿을 게 못된다”며 회고록을 폄훼한 뤼미르에 이어 파비안느와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온 매니저 뤼크(알랑 리볼트) 역시 회고록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이유로 매니저 역할을 그만 두고 떠난다.


프랑스 대표 배우 엄마에게 받은 상처와 섭섭함
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그린 모녀 이야기


파비안느와 뤼미르는 실로 오랜만에 만났지만 언제나 그랬듯 서로에게 무심하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모국어로 연출하지 않은 첫 작품이자 첫 해외 올로케이션 영화다. 이번에도 전작 ‘어느 가족’ ‘바닷마을 다이어리’ ‘걸어도 걸어도’ 등에서 발견되는 감성어린 가족영화의 연장선에 이 영화를 올려 놓았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 위트와 활기가 넘친다. ‘연기란 과연 무엇인가’를 화두로 인간 군상의 내밀하고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탐구해가는 과정은 놀랍도록 유연하고 세심하다.

영화에는 다층적인 모습의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여배우 대신 작가를 택한 뤼미르와 대스타가 된 파비안느, 세상에는 없지만 파비안느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사라, 그리고 사라를 닮은 마농(마농 끌라벨) 등이 극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거짓과 허구가 뒤섞인 ‘진실’을 논하는 과정에서 미처 몰랐던 모녀의 관계가 드러나는 과정도 영화의 미덕이라 할 만큼 흥미롭다. 일방적으로 엄마에게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던 뤼미르가 그간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었던, 또 다른 진실이라고 할 수 있는 과거의 역사가 밝혀진다.

여러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내면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는 그 점에서 죽음을 다룬 그의 전작들과 궤를 달리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스스로도 “밝은 면이 보여지길 바랐다”고 말했을 만큼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시선이 시종 영화를 감싼다. 특히 카트린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 등과의 호흡은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끊임없이 감정의 변화가 계속되는 뤼미르 캐릭터로 아름다운 존재감을 과시한 줄리엣 비노쉬와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꼿꼿한 태도로 일관하는 파비안느를 매력적으로 그려낸 카트린 드뇌브의 연기가 그중 압권이다. 영화의 언어와 배우의 국적에 상관없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장기는 변함없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 작품이다. (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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