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정차했는데 뒤에서 ‘쾅’‘쾅’…연쇄추돌 차량 불까지 나 아비규환

  • 마창훈
  • |
  • 입력 2019-12-16   |  발행일 2019-12-16 제3면   |  수정 2019-12-16
■ 가족여행 가던 일가족 ‘악몽의 순간’
대피 도와준 화물차 운전자에 고마움 전해

“군대에서 휴가 나온 큰 아들과 시어머니를 모시고 3대가 추억을 쌓기 위해 나선 가족여행이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경기 시흥에 살고 있는 장영미씨(여·46)는 군복무 중인 큰 아들의 휴가를 맞아 포항 호미곶 일출을 보기 위해 14일 오전 2시30분쯤 집을 나섰다. 운전대를 잡은 장씨는 부슬부슬 내리는 비도 심상치 않았지만 시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군에서 휴가나온 아들과 딸 등 일가족 6명이 함께한 여행이기에 신경이 쓰였다.

그렇게 안전운행을 다짐하며 2시간가량 포항으로 향하던 중 고속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전광판에서 ‘5㎞ 전방 교통사고 발생’이라는 경고 문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때마침 내비게이션에서 다음 휴게소가 30㎞ 정도 남았음을 알리기에 ‘쉬어가야겠다’고 생각한 짧은 순간 1차 사고가 발생한 현장과 마주쳤다. 화물차와 승용차가 전복된 현장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브레이크에 발을 올렸지만, 카니발 승합차는 장씨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1차 사고로 차량이 전복된 곳에서 200m 정도 지점에 블랙아이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2개 차로를 모두 막고 있는 사고 현장을 목격한 순간 브레이크에 발을 올렸지만, 제동력을 잃은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서 “어떻게 해”를 연발했고, 옆에 있던 남편이 뭐라고 했지만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좌우로 미끄러지는 차를 겨우 세운 뒤 안도의 한숨을 쉬는 순간, 뒤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구겨지면서 운전석 앞과 좌우측에 설치된 모든 에어백이 터졌다고 했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뒤를 탱크로리가 2차 추돌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간에 끼어 있던 차량에서 화재까지 발생해 정신을 가다듬을 겨를도 없었다고 한다.

장씨는 남편과 함께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와 부상을 당해 피를 흘리고 있는 자녀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추억을 쌓기 위해 온가족이 함께 나선 여행이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하는 순간, 타인을 위할 줄 아는 따뜻한 시민정신도 빛을 발했다. 장씨는 “사고 당시 경황이 없었는데 도로변에 대피해 있던 화물차 기사님이 달려와 가족의 대피를 도와주는 한편, 자신의 차에 히터를 틀어 시어머니와 피를 흘리는 아들 등 4명이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특히 사고 현장에 구급차가 접근하기 힘들었는데, 그 기사님이 부상이 심한 가족 4명을 자신의 차에 태워 의성에 있는 공생병원에 이송해 줬다”면서 익명의 화물차 기사를 향해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의성=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북지역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