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30m나 미끄러져…브레이크 밟자 빙글빙글 돌아”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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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6   |  발행일 2019-12-16 제3면   |  수정 2019-12-16
(추돌사고 운전자 증언)
상주∼영천고속도로 다중추돌사고…7명 사망 32명 부상
불타는 차량서 펑펑 터지는 소리 이어져
대피하다 넘어지고 부딪치고 ‘아수라장’
구급차·견인차도 현장수습 어려움 겪어
20191216
지난 14일 새벽 군위군 소보면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다중 추돌사고로 차량이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지난 14일 새벽 발생한 상주~영천 고속도로(영천 상행선 방향) 추돌사고 부상자 고성지씨(26·충남 당진시)는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당시 여자친구와 포항의 부모님 집에 가던 중이었다. 고씨는 1차로에서 주행하던 중 수십m 앞에 서있던 알페온 차량을 보고 2차로로 이동하는 순간 도로 노면이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때부터 20~30m를 마치 얼음판에서 스케이트 타듯 휘청거리며 주행했다.

고씨는 “어쩔 수 없이 브레이크를 밞았는데 차가 빙글빙글 돌면서 1차로와 2차로에 사고로 서있던 화물차를 추돌한 뒤에야 멈춰섰다”며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아 여자친구와 차에서 내렸는데 바닥이 온통 빙판길이었다”고 말했다. 고씨는 “우리 차 앞에 사고가 심하게 난 곳엔 차에 불이 붙어 활활 타고 있었고 ‘펑 펑’하고 터지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며 “너무 무서워 안전한 곳으로 피했는데 그 뒤로도 사고가 계속 났다”고 덧붙였다.

고씨는 도로 위 얼음으로 인해 구조도 지연됐다고 했다. 그는 “바닥이 미끄럽다보니 대피하는 사람이 넘어지고 부딪치는 등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심지어 구급차나 견인차량도 미끄러져 구조에 어려움을 겪는 걸 봤다”며 “사망자나 부상이 심한 사람부터 이송됐고 나와 여자친구는 사고 후 6시간 만에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했다. 허리와 어깨 등을 다친 고씨와 여자친구는 구미차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귀가한 상태다.

김광성씨(35·경기도 평택시)도 난생 처음 겪어본 대형 사고에 큰 충격을 받았다. 목과 허리 등 신체 여러 곳에 부상을 입어 구미차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사고 당시 그는 상주~영천 고속도로(상주 하행선 방향)를 따라 근무지 평택으로 가던 중이었다. 사고 발생 약 30분 전에 내린 비로 도로 노면이 얼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시속 60㎞로 서행을 하고 있었다. 약 1분간 서행을 하던 그의 차량이 교량에 다다랐을 때쯤 전방에 차량 3~4대가 이미 추돌한 상태로 고속도로에 멈춰 있었다.

김씨는 “사고로 1·2차로가 막혀 갓길에 정차한 뒤 4시56분 119에 직접 신고를 했는데 이미 신고 접수가 돼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뒤에서 에쿠스 차량이 내 차 후면을 강하게 추돌해 휴대폰을 손에 쥔 채로 ‘으악’하는 비명을 질렀다”고 말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은 그는 곧장 차에서 내려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김씨는 “후속 사고를 막아보기 위해 갓길을 걸어가면서 플래시를 켠 휴대폰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았지만 이후에도 10여대가 연쇄적으로 추돌했다”며 “모두 미끄러운 노면으로 인한 사고였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후 보험회사 직원과 통화에서 내 차를 추돌한 에쿠스 운전자가 사고 후 차에서 내려 가드레일 밖으로 대피하던 중 교량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구미=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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