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만 '문송합니다' ...문과생이 참고할 만한 취업지원 프로그램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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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2 17:31  |  수정 2020-01-23 07:47  |  발행일 2020-01-23 제21면

고등학교 1학년생 둘째 아들을 둔 장모씨(52·대구 남구 대명동)는 아들이 향후 이과계열로 진학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큰 아들은 소위 '수학 머리'가 없는 탓에, 사학과로 진학했지만, 막상 취업할 시기가 눈 앞에 다가오니 앞으로의 길에 대해 갈피를 못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장씨는 "나 역시 문과생이었기 때문에, 큰 아들에게 미안한 면이 있다. 작은 아들 만큼은 이과계열로 진학해서 진로 걱정을 덜었으면 좋겠다"면서도 "'문송합니다' 현상이 안타깝지만, 현실이 이러니 시류에 편승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문송합니다'는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뜻의 신조어다. 문과생들이 대학을 졸업한 후, 전공을 살린 직장을 구하기가 만만찮은 상황에서 이 같은 말이 탄생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018년 2월과 2017년 8월 고등교육기관을 졸업한 학생의 취업 상황을 조사한 결과(2018년 12월 31일 기준), 인문계열 57.1%, 교육계열 64.1%, 사회계열 64.2% 등 문과계열은 취업률이 낮게 나타났지만, 공학계열과 의약계열은 각각 71.7%, 83.3%로 높게 나타났다.
22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인문계 전공자 71.4%가 전공 비관련 직무에 동시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학계열은 42.1%이었던 것에 비하면 큰 격차다. 구직자들이 전공 비관련 직무로 지원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전공 관련 일자리 수요가 없다는 점'(51.3%) 때문이었다.

막막한 현실이지만, 아직 지역에는 찾아보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취업 걱정으로 아득한 문과생들이 참고할 만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희망 분야에서 일을 경험하고, 취업 경쟁력을 갖추는 '예스 매칭'

대구시는 청년과, 그가 희망하는 분야의 청년사업장(만 19~39세 청년이 대표이거나, 전직원의 50% 이상이 청년인 대구소재 사업장)을 매칭해주는 '청년사업장-청년잇기 예스매칭 사업'을 3년째 실시하고 있다. 본인의 적성에 그 일이 적합한지 확인하고, 실무역량을 키워 취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올해도 2월부터 12월까지 사업을 벌일 예정으로, 대상은 대구에 거주하는 만19~34세 중위소득 150% 이하 미취업 청년 100명이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5개월 간 일하면서, 월 급여와 청년수당 등을 제공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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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예스매칭사업'의 잇기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상담받고 있다. 이곳에서 청년과 청년사업장이 매칭되면, 이후 5개월 간 원하던 직무 경험을 할 수 있다. <대구시 제공>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은 "일반적인 일자리 정책과 구별되는 쪽, 특히 문과계열이나 지식서비스 산업쪽 업종들을 주로 발굴하다보니, 특히나 전공을 살리기 어려운 문과생들에게 도움되는 프로그램이다"며 "2018년 이 프로그램을 처음 마련할 당시엔, 1억원을 들여 인문계 졸업생 10명에게 시범 적용했다"고 말했다. 또 "하지만 분야를 '문과 계통'으로 국한해 업종을 선정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조업종 등은 20% 정도 포함시키는 등 매칭기업에서 제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문과 출신 참가자들이라면, 전공을 살리는 직무와 그렇지 않은 직무 중에서 원하는 분야의 일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벌인 사업에선, 50개사에서 73명이 일 경험을 완료했는데, 50개사의 분야는 교육·서비스업 19곳, 제조업 13곳, 문화·예술/디자인·광고 11곳, IT·정보통신 6곳, 기타 1곳 등으로, 참가자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넓었다. 이 중 23.3%인 17명이 15개사와 정식 고용계약을 체결했고, 15명이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예를 들면, 언론영상학을 전공한 A씨(25)는 전공을 살려, IT·정보통신업종인 기업으로 정규직 채용됐고, 경영학을 전공한 B씨(25)는, 제조업 기업으로 정규직 채용되는 등이다.

대구시는 또, 진로를 고민 중인 청년에게 다양한 세상경험과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청년학교 '딴길'도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수당연계형(딴길1)의 경우는 사회진입활동지원금 자격기준에 해당하는 만 19~34세 청년이 대상이고, 일반형(딴길2)은 만 19~39세 대구청년이 대상이다.
지난해엔 딴길 1,2에선 총 198명 교육을 실시했는데, 이들은 '독립출판 학과' '영화학과' '여행콘텐츠 학과' 등 16개 다양한 학과에서 진로탐색교육과 합동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었다.

김 과장은 "프로그램들이 분명 지역의 인문계열 구직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지난해엔 38곳 지자체서 대구시 청년센터를 방문해 벤치마킹 시도를 했을 만큼, 알고보면 좋은 대구 청년지원 정책이 많다. 지역 구직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활용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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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길' 프로그램의 '소셜캠퍼스 학과'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수업에선 사회적 기업가와의 만남과 소통을 통해, 청년들은 새롭게 진로를 탐색할 수 있다. <대구시 제공>

◆대학 취업 프로그램도 적극 활용하세요

대구·경북 지역 각 대학들도 문과생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역 대학생이라면, 이 부분을 적극 활용해봐도 좋다.

경북대는 구체적인 직무 지원을 하고 있다. '인적자원관리사' 자격과정 프로그램은 상시적으로 열리고 있는데, 인사업무에 관심있는 재학생이 그 대상이다. 교육이 종료되고 시험을 통해 자격증도 획득할 수 있다. 다음달에는 '금융권취업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다. 영남대는 '학부·과 역량사업'을 통해, 문과대학에도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고유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구대는 지난해 '인문사회계열 취업역량 강화캠프'를 실시했다. 인문사회계열 재학생 26명이 그 대상이었다. 변화되는 채용동향과 기업이 원하는 인재의 조건을 파악하고, 불필요한 스펙 쌓기를 방지하는 등 효과적인 취업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전반적인 기업 입사서류에 대한 이해 및 작성 실습 △적극적인 자기 표현 및 특성화된 이미지 메이킹 등 다각적 취업동기 부여 △면접 대응법 실습 및 전문 취업컨설턴트를 통한 실전 모의면접 실습 등이 교육 내용이다. 놀랍게도, 설문조사 결과, 참여자 26명 모두가 이 프로그램 전반에 대해 만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구체적인 구직 스킬과 피드백을 통한 개선방향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대구대 관계자는 "대구대는 인문사회계열 학생비율이 높은 편이라, 향후에도 문과생 맞춤형 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학교차원에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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