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정치칼럼] 신생 정당 미래통합당의 '원죄'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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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7   |  발행일 2020-02-17 제30면   |  수정 2020-02-17
복당파 김성태의 원죄론은
탄핵이후 내다보지못한 죄
유승민도 자유로울 수 없어
잔류파는 탄핵 못막은 원죄
새로운 원죄 쌓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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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권의 파시즘 독재를 끝장내고 도탄에 빠진 나라의 민생을 구하는 것은 4·15 총선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이 땅의 모든 세력이 힘을 모아 함께 나아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문재인정권을 불러들인 원죄가 있는 사람으로서 이제 자유 우파의 대동단결을 위해 기꺼이 저를 바치겠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수도권 3선 김성태 의원의 불출마선언문 중 일부다. '문재인정권을 불러들인 원죄'가 있다는 대목에 눈길이 간다. 그는 유승민·주호영·김무성 의원 등과 같은 계열인 한국당 ‘복당파’의 중진이다. 2017년 초 새누리당(현재의 한국당) 안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성파들이 당을 뛰쳐나가 바른정당을 만들었다가 다시 복귀했을 때 행동을 같이했다. ‘원죄론’은 박근혜 탄핵 자체보다는, 결과적으로 보수 정권에 대한 체제탄핵이 돼버리는 바람에 문재인정권이 들어서는 데 길목을 내준 책임이 있다는 의미인 듯하다. 보수몰락과 진보정권의 독선, 독주가 일상화된 탄핵 이후를 내다보지 못한 죄다.

복당파에게 탄핵 이후를 내다보지 못한 원죄가 있다면, 당에 끝까지 남아 탄핵에 반대했던 '잔류파'에겐 탄핵사태를 불러온 원죄가 있다. 박근혜정부의 한 축인 집권당 구성원으로서 보수몰락의 책임이 크다. 정윤회와 십상시 논란이 터지면서 경고음이 들렸음에도 아무런 위기 의식 없이 넋 놓고 있다가 최순실의 행각이 드러났다. 바닥 민심을 듣고 청와대와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역할에 충실했으면 탄핵사태까지 가지 않았다. 대통령에게 직언 한마디 못하는 무기력이 잔류파에겐 만연해 있었다. 탄핵정국이 시작된 뒤에도 전투력이나 정치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그 바람에 임기 5년을 채우지 못했을 뿐 아니라 2017년 조기 대통령선거를 통해 정권을 내줬다. 그런 상태에서도 계파 간 밥그릇 싸움을 벌였고, 2018년 지방선거를 거치며 지방 권력까지 진보 세력에 넘겼다. 박근혜 정권의 지역적 기반이 TK이므로 한국당 TK의 원죄가 더 무겁다.

김성태 등과 같이 탄핵에 찬성해 바른정당을 만들었다가 복당하지 않고 아예 딴 살림을 차리고 있던 유승민 등 새로운보수당 의원들도 탄핵 이후를 내다보지 못한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승민은 한국당과의 통합 결단을 내렸지만 여전히 탄핵이 정당했다고 믿는 듯하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김성태처럼 ‘원죄 의식’을 말하지 않았다. 개혁보수의 가치를 지키려는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불출마를 선언했을 뿐이다. 하지만 문재인정권 출범과 독선, 독주에 결과적 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이 합친 중도보수신당 '미래통합당'이 오늘(17일) 출범한다. 원내 의석 115석을 보유한 제1야당이다. 일부 다른 정파가 참여하긴 했으나 큰 틀에선 새누리당 시대로의 복원이다. 탄핵 이전으로 돌아가서 잘 해보려는 재결합인 셈인데, 옛 새누리당 구성원들 모두 원죄가 있기 때문에 미래통합당도 원죄를 안고 시작한다. 탄핵을 예방하지 못한 원죄와 탄핵 이후를 내다보지 못한 원죄가 섞여 있다. 미래통합당 입장에서 원죄를 씻을 마지막 기회는 의회 권력만이라도 지켜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펴는 일이다. 1차 고비(통합)는 완전하진 않지만 일단 넘었다. 2차 고비(공천)가 남았다. 한숨 돌렸다고 자기 몫을 찾기 위한 지분싸움을 벌이면 씻을 수 없는 원죄를 또 쌓게 된다. 그러면 문재인정권의 독선, 독주도 이어진다.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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