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인간과 좀비의 목숨을 건 철학수업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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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2   |  발행일 2020-02-22 제16면   |  수정 2020-02-22
좀비와의 문답으로 배우는 철학void(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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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츠요시 지음/ 김영택 옮김/ 추수밭/ 368쪽/ 1만6천원

살다 보면 언젠가는 살기 바빠 외면해왔던 질문들이 무겁게 다가올 때가 있다. 나는 왜 태어났으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삶이 끝나고 나면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우리에게 철학이란 이런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묵직한 질문을 붙잡고 삶과 나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철학 성장물이다. 주인공은 취업에 실패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초라한 청춘 '히로'. 오늘이 어제와 같다는 절망과 내일은 오늘만 못할 것 같다는 불안으로 자살명소인 절벽을 찾는 히로에게 3천년 동안 철학을 공부한 '좀비 선생'이 나타난다. 좀비 선생이 인생의 낭떠러지에 선 히로를 어엿한 어른으로 이끄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철학을 배우게 한다. 멀게만 느껴지는 철학의 맥락을 히로와 좀비 선생의 문답식 대화로 재치 있게 풀어내는 것. 소크라테스의 대화를 모방해 쓰인 플라톤의 '대화편' 구성을 오늘날 감각에 맞춰 변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철학의 주요 논점들을 연대기 순으로 정리하거나 철학자들의 계보도를 훑지 않는다. 섣부르게 철학의 쓸모를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대신 '철학의 일상성'을 이야기한다. 머리가 하얗게 센 선생님과 담소하며 산책하듯, 살아가면서 한 번쯤 품어본 질문들에 대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나누는 책 속 대화다.

소설책 같은 철학 입문서이기도 하지만, 철학의 입을 통해 스스로가 안타까운 청춘들, 그리고 지금이 혼란스러운 청소년들에게 은근하게 전하는 삶의 지혜에 대한 힌트이기도 하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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