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코로나' 표기 논란… 총선 후보, "분통 터질 노릇"

  • 진식
  • |
  • 입력 2020-02-23 09:05  |  수정 2020-02-24
정부 "명백한 실수이자 잘못…대구 시민과 국민께 사과"
2020022201000937700039501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 김승수·정순천 예비후보,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왼쪽부터)

정부가 '대구 코로나 19 대응'이란 제목의 공식 보도자료를 낸 사실이 알려지자, 대구 정치권이 발끈하고 있다. '우한 폐렴'을 중국 혐오라며 강하게 반대했던 정부 당국이 '대구 코로나'라고 표기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공식 사과했다.

정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와 행정안전부 대책지원본부 합동으로 지난 20일 배포한 '코로나 19' 관련 보도자료 제목을 '대구 코로나 19 대응 범정부특별대책지원단 가동'이라고 붙였다.

2020022201000937700039502
정부가 '대구 코로나 19…'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보도자료.


'코로나 19'라는 병명 앞에 '대구'라는 지명을 넣어 특정 지역에 대한 편견을 불러일으킬 소지를 낳은 것이다.

이런 소식에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대구 중구-남구)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짜파구리 파티를 열 때 대구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격히 늘었다. 그런데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마치 대구에서 처음 코로나가 발병한 것처럼 '대구 코로나'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며 "정부는 코로나 발병지인 중국 지명을 붙인 '우한 폐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문재인은 우리나라 대통령인가"라고 적었다.

4·15 총선에 출마한 대구지역 예비후보들도 잇따라 비판했다. 통합당 김승수 예비후보(대구 북구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 19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대응으로 대구경북지역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져가는 가운데 정부가 '대구 코로나'로 명명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마치 국내 코로나 확산의 시발점이 대구인 것처럼 몰고 가는 문재인 정부의 무책임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같은당 정순천 예비후보(대구 수성구갑)도 이날 '대구 코로나가 웬 말인가'라는 제목의 긴급 자료를 내고 "문재인 정권과 정부는 코로나 19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보다는 대구경북에만 국한시켜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고 정치적으로 악용되도록 방관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울분이 솟구쳐 오르고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고 분노했다.

대구시의회도 이날 공식 입장 자료를 내고 "지역 명칭을 사용한 자극적인 표현을 자제할 것을 강도 높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배지숙 시의회 의장은 "정부나 세계보건기구에서 '코로나 19'로 공식 명칭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대구 코로나' '대구발 코로나' 등 지역 명칭을 무분별하게 사용해 대구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서 대구시민의 자존심을 해치는 행위이니 사용을 자제해 달라" 고 강력 요청했다.

이와는 별도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구갑)은 이날 일부 언론과 온라인상에서 '대구 폐렴' '대구 코로나' 'TK 폐렴'이란 표현을 쓰는 것과 관련해 자제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구 폐렴이라는 말에는 지역주의의 냄새가 묻어 있다"며 이같이 요청했다.

김 의원은 "대구가 미증유의 위기를 겪고 있다. 거리엔 사람이 없고 시민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이만저만 아니다. 눈앞에 재난 영화에서나 본듯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며 "안 그래도 마음이 스산한데, 대구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듯한 표현은 정말 참기 어렵다. '우한 폐렴'이라는 명명이 인도적이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 이어 "대구와 경북이 지금 상처받고 있다. 언젠가 코로나는 지나갈 테지만, 마음의 상처는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보도자료 제목을 줄여 쓰는 과정에서 '대구 코로나 19'라는 명사로 오인될 수 있는 표현이 나갔다"며 "명백한 실수이자 잘못이라는 점을 알려드리며, 상처받은 대구시민과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