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사랑하고 있습니까' 성훈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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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17   |  발행일 2020-04-17 제39면   |  수정 2020-04-17
"예능 출연후 데뷔 10년만에 악플
이젠 연기로도 관심 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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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적인 이미지에 잘생긴 외모와는 달리 의외의 허당미가 있다." 배우 성훈에 대한 연예계 선후배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데뷔 10년차 배우로서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성훈은 대신 자신의 솔직함을 앞세운 예능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그 아쉬움을 채워갔다. 잘생긴 외모와 반대되는 허당 매력은 물론, 가식 없는 소탈함에 시청자들은 매주 뜨겁게 화답했다. 명실공히 대세 스타가 됐다. "시청자들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그런 부분을 치고 들어간 게 주효하게 작용한 것 같다. 물론 그건 내 실제의 모습이다." 그가 최근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를 통해 본업인 배우의 위치로 돌아왔다. 판타지 로맨스를 표방한 이 영화에서 츤데레 카페 사장 승재 역을 맡아, 소정 역의 김소은과 호흡을 맞췄다. 코로나19 사태로 영화계가 전례 없는 불황을 겪고 있지만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셈이었다. 수영 선수시절부터 남다른 승부욕을 자랑했던 배우 성훈의 행보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츤데레 카페사장 역할 '판타지 로맨스'
즐겁고 화목한 분위기 촬영, 애정 커
어려운 상황속 개봉, 조심스럽고 죄송

코로나 사태로 고향 계신 부모님 걱정
대구 힘든 상황, 손소독제 1만개 전달

챙겨주는 성격과 거리 멀어 '썸' 안 타
20대땐 외모 위주 이상형, 이젠 성격

관심 많아진 덕분, 실검도 올라 감사
작품할 때마다 행복한 순간이 버팀목
별 좋아해 천문대 갔을 때 소확행 느껴


▶요즘 어떻게 지내나.

"다른 분들처럼 나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외출을 가급적 삼가고 있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 뭔가를 하기도 조심스럽다. 일단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잡혀있던 국내외 스케줄은 모두 취소됐다. 개인적인 일정도 대부분 미뤄졌는데 이번 달 화보 촬영은 그대로 진행된다고 해서 몇 주 전부터 탄수화물을 끊고 식단 조절에 들어갔다. 다이어트를 오랜만에 하다 보니 힘들어서 몸살까지 왔다."

▶코로나 19사태가 터졌을 때 누구보다 먼저 대구에 손 소독제 1만개를 전달했다.

"대구는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다. 부모님도 현재 경산에 살고 계신다. 그래서 코로나 19가 대구에서 확산될 때 누구보다 안타깝고 가슴 아팠다.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아, 미약하나마 대구시에 손 소독제 1만개를 전달했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처리하고 싶었는데 나중에 기사가 났다. 괜히 부끄럽더라."

▶최근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를 개봉했다. 3년 만의 개봉이라 감회가 새롭겠다.

"우여곡절이 많은 영화다. 원래는 중국에서 먼저 개봉을 하기로 한 건데 사드가 터지면서 연기됐다. 혹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전화위복으로 작용해 국내 개봉이 가능해졌다고 말하는데 사실 오래전부터 개봉을 계획하고 있었다. 어쨌든 굉장히 조심스럽긴 하다. 흥행을 떠나서 지금 시기에 '영화를 보러 와주세요'라고 홍보를 하는 게 아무래도 조심스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다."

▶오랜만에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소감은 어땠나.

"영화 전반적인 느낌은 굉장히 좋았다. 우리가 넉넉한 상황에서 찍은 게 아니라서 배우와 감독, 모든 스태프들이 더 똘똘 뭉쳤다. 결과는 관객들이 평가해주겠지만 정말 가족처럼 화목한 분위기에서 찍은 영화라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솔직히 내 연기만 아쉬웠다."

▶츤데레인 승재는 평소 보던 당신의 모습과도 차별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데, 실제 성격은 어떤가.

"그래서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승재는 시종일관 차갑고 냉철하며 또 현실적인 인물이다. 사사건건 소정의 행동을 거슬려하는 예민한 감정의 소유자지만 사실은 그녀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반전매력을 지녔다. 사실 나도 승재와 비슷한 면이 있다. 감정 표현을 잘 못해서 좋아한다는 말을 바로 못하고 에두르는 편이다. 어린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기면 괜히 더 괴롭히고 그러잖나. 그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고민하거나 끙끙거리는 시간이 짧아졌고, 감정 표현도 좀 직설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다. 연예계에 몸담으면서 바뀐 변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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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실제 연애관도 궁금하다. 요즘 젊은 남녀들은 대부분 '썸'을 탄다고 하는데, 그런 경험은 있나.

"나는 썸 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피곤하다. 만나기 전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설렘과 두근거림이 분명 좋은 감정들이지만 그냥 피곤하다. 내가 모든 면에서 멀티가 안된다. 예전 여자친구가 있을 때도 그런 이유로 많이 싸웠다. 일을 할 때는 일에만 집중하느라 휴대폰도 보지 않는데, 사귀는 관계라면 상대방의 입장에선 카톡으로라도 '출근했냐' '밥은 먹었냐' 등 짧은 안부의 문자라도 받기를 원한다. 서운한 부분들이 많았을 거다. 나도 남들처럼 그렇게 하고 싶지만 정작 뭔가에 집중하면 그게 잘 안된다. 옆에 누가 있어도 신경을 못 써주고, 못 챙겨준다는 생각이 들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스타일을 유연하게 바꿔 볼 생각은 없나.

"앞서 말했듯 내가 멀티가 안된다. 그리고 이제 겨우 먹고살 만해졌다. 회사도 직원들 월급 안 밀리고 줄 정도가 됐는데 여기서 뭔가 변화를 주면 그간 힘들게 쌓아온 게 다 무너질 수 있다. 일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이상형은 어떤가.

"20대 때는 주로 외형적인 면을 봤다. 하지만 아무리 예뻐도 공감대 형성이 안되고 서로 딴말을 하고 있으면 아무런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반면, 외형적으로는 이상형에 가깝지 않더라도 대화를 하면 늘 재밌고, 즐겁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 그 대상이 잘 아는 친구, 동생, 누나일 수도 있지만 그런 관계를 떠나서 호감이 간다. 30대를 지나면서 외모보다 성격을 우선으로 보게 됐다. 말이 잘 통하는지가 중요하고, 거기에 취미생활까지 비슷하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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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나 혼자 산다' 출연 이후 인터넷 검색 1위에 자주 올랐다. 예전에 비해 인기가 많아졌다고 느껴지나.

"예전보다 '나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주는구나'라고 느낀 건 요즘 부쩍 늘어난 악플들을 보면서 실감하고 있다.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악플을 봤다. 전에는 인지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내 기사가 뜨더라도 굳이 악플을 달기 위해 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이후부터 댓글과 악플이 동시에 늘어났다. 지금은 얼간이 멤버들끼리 서로 악플을 사이좋게(?) 나눠 갖는 상황이 됐다."(웃음)

▶배우보다 예능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은데.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연기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선배들도 예전에는 등용문처럼 다들 예능을 거쳐 갔다. 예능에 나와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워낙 연기를 잘하다 보니 그때의 이미지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어떤 평가를 받는가는 본인 하기 나름인 것 같다. 예능에 출연을 하고 있더라도 대중이 이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면 감사한 거고, 그 반대의 경우라 하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다.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지 않나."

▶부상 때문에 은퇴를 했지만 부천시청 소속의 수영 기대주였다. 수영을 그만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그냥 밥벌이하는 정도였다. 전국 대회 나가서 메달을 딸 수 있을 정도. 사실 보너스 수당이 꽤 컸기 때문에 반드시 메달을 따야 했다. 하지만 이제 운동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스케줄 없이 놀고 있을 때는 한 달 정도 바짝 연습해서 일반인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해 볼까 라는 생각은 한다. 그러다가 '우리동네 예체능'에 출연하게 됐는데 정말 목숨을 걸고 했다. 여기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모든 걸 그만두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만큼 절실했다."

▶데뷔 10년차가 됐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다면.

"능력은 쥐뿔도 없는데 지금껏 잘 버틴 것 같다. 운동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버텨라'는 말이 가장 힘이 됐다. 주변의 힘들어하는 동생들에게도 술 한잔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연기자가 된 지금, 작품을 할 때마다 정말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 그런 감정들이 계속 느껴지기에 지금까지 연기자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사실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고, 일적인 슬럼프에 빠진 적도 있다. 그럴 때는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 굳이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아도 다른 일로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텐데, 이렇게 밥을 굶으면서까지 이 일을 해야 되나, 난 정말 재능이 없는 건가라는 자괴감을 가진 적이 많다. 그래도 나를 버티게 해준 건 상대 배우와 호흡이 잘 맞았을 때 느껴지는 희열을 잊을 수가 없어서다. 그 희열은 몇 년이 지나더라도 가슴 깊이 남아 있을 것 같다."

▶'나 혼자 산다'는 언제까지 출연할 생각인가.

"(이)시언 형이 '나 혼자 산다'에서 나가라고 하기 전까지 출연하겠다고 말했는데 나도 같은 생각이다. 어떻게 하다 보니 3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이젠 다들 정이 들어서 헤어지기가 싫다. 예능에서 매주 같은 멤버들과 몇 년 동안 호흡을 맞춘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끈끈한 결속력도 생겼다. 힘든 일이 생기면 다 같이 고민하고 위로해주고, 좋은 일이 생기면 진심으로 축하해준다. 정말 가족 같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일이 있다면.

"혼자 별을 보러 갔던 일이다.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별 보는 걸 좋아한다고 했더니, 댓글에 '가평 천문대' '강릉 안반데기'가 올라왔더라. 캡처해 놓고 쉬는 날 찾아가 봤는데 너무 좋았다. 별은 가평 천문대가 더 잘 보이는 것 같았고, 안반데기는 낮에 가면 정말 예쁘겠더라. 양떼가 살 것 같은 목장과 풍차가 있는 목가적인 풍경이 특히나 인상 깊었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강철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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