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관객 있는 무대의 소중함 일깨운 코로나19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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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8 11:05  |  수정 2020-05-18 12:04  |  발행일 2020-05-19 제20면
김봉규

'코로나19 터널'을 지나며 모두 각자 평소 누리던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있다. 다양한 무대에 서는 예술인들에게는 무대에 서는 것이 일상이고,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은 공연 현장에 가서 무대에 몰입하며 즐기는 것이 중요한 일상 중 하나다.


지난 16일 대구오페라하우스 앞 야외광장에서 소박한 오페라 갈라콘서트가 열렸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준비해 코로나 19 속에 조심스럽게 마련한 무대였다. 코로나19가 본격화 된 이후 처음으로 관객이 있는 무대로 진행된 이날 공연은 관객과 출연자, 공연 준비자들 모두 함께 공감하는 무대의 소중함을 절감하는 시간이 되었다.


'함께해요 대구! 오페라 광장콘서트'라는 제목의 이날 공연은 황원구의 지휘 및 해설로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펼쳐졌다. 디오오케스트라의 반주와 대구오페라콰이어의 합창 속에 소프라노 류진교·주선영, 테너 배해신·조규석 등 지역 성악가 7명이 출연해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카르멘' '투란도트' '라 보엠' '라 트라비아타' 등의 유명 아리아를 선사했다. 


무대는 광장 바닥에 붉은 천을 깐 것이 전부였고, 오케스트라 단원 수도 많이 줄인 조촐한 무대였다. 그리고 지휘자와 단원들(관악기 연주자 등은 제외)도 마스크를 끼고, 맨 바닥에 띄엄띄엄 마련된 의자에 앉은 130여 명의 관객들도 마스크를 끼었다. 코로나19로 고생한 의료진과 소방관,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미리 예약된 사람들이 관객으로 참석하고, 입장 전 발열체크와 소독 등 철저한 방역을 거쳤다. 공연 중에 차량 소리 등 소음이 들려오기도 했다.


이런 소박한 무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두에게 눈물나게 감사하고 설레는 시간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출연자는 수없이 많은 무대에 서 왔는데도 불구하고, 이날 무대는 이상하게 떨리기도 하고 설레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무대에 서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그동안 모든 무대가 취소되고 다른 성악가들과도 함께 할 수 없다가 너무나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니 정말 많이 설랬던 것 같다고 했다.


관객으로 참석한, 오페라를 좋아하는 한 의사는 첫 곡이 연주되자 가슴이 찡해지더라고 이야기했고, 다른 한 관객은 얼굴은 미소를 짓고 있는데 눈에는 눈물이 자꾸 흘렀다고 말했다. 무대를 기획하고 준비한 대구오페라하우스 관계자들도 코로나19 속에 공연을 준비하다보니 공연 자체보다 방역을 위한 준비 사항이 많아 이렇게까지 하며 무대를 열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날 관객과 출연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며 역시 공연을 준비하고 관객을 맞이하는 것이 큰 보람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 입장을 못한 채 주변에 머물며 아쉬움을 달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보면서도 오페라 애호가들의 무대 갈증이 어떠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성악가나 연주자들은 경제적 어려움만 고통인 것이 아니다. 무대에 서는 자체가 더 중요한 것이다. 오랫동안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되면서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예술가들도 있다고 한다. 관객과 함께하는 무대를 최대한 마련하는 일이 중요함을 잘 알게 해준 시간이었다.
김봉규 문화부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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