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더워지자 집 밖으로…방역 '어쩌나'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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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5  |  수정 2020-06-15 07:37  |  발행일 2020-06-15 제6면
도시철도 역사·공원·카페 등

공공장소로 '피서객' 몰리며

코로나 집단감염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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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1시 30분쯤 범어월드프라자 안. 더운 날씨를 피해 이곳을 찾은 시민들이 땀을 식히고 있다.

유난히 더운 올여름 날씨가 시민들을 현관 밖으로 나서게 만들고 있다. 이 상황이 사람 간 집단감염을 불러일으켜 방역에 비상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작용할까 우려도 나온다.

14일 오후 1시30분쯤 수성구 범어동 범어월드프라자. 지하에 위치한 이곳은 여러 종류의 의자, 운동기구, 건강 측정기 등이 배치돼 있어 시민들이 한낮 무더위를 피해 찾기 제격인 장소다. 이날도 열댓명의 어르신들이 곳곳에서 발바닥 지압보도를 걷거나 트로트를 들으며 각자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유모차 안에서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는 엄마도 보였다. 연결된 범어역에서 나오다 야외로 나가기 전 잠시 앉은 시민들도 있었다. 오모(82)씨는 "더운 날씨에 집에만 있으려니 에어컨 요금이 걱정되고 다른 장소도 오래 머무르는 것에 눈치가 보일 때가 많지만 이곳은 그런 걱정이 없으니 자주 찾는다. 좀 더 앉아있다가 기온이 좀 꺾였을 때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라며 맞은 편 앉은 다른 어르신과 담소를 나눴다.

이 같은 풍경은 단지 이곳에서만 펼쳐지는 것이 아니다. 도시철도 3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모(여·27·북구 산격동)씨는 "이달 들어서 유난히 열차 안에 앉아 계신 어르신들이 많이 보인다"라며 "바깥 풍경도 보이고 오래 앉아있기도 부담스럽지 않아 마치 최적의 도심 속 피서지 같았다"고 했다.

대구에 올여름 첫 폭염특보가 찾아온 지난 4일엔 달서구 성당동 대구문화예술회관 근처 그늘진 곳에 수십명의 어르신들이 나와 장기나 바둑을 두거나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최근 대구시내 각종 카페 등에는 더운 집을 피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온 대학생이 끊이지 않는다. 대학생 채모(24)씨는 "최근 학교를 가지 않으니 시험공부할 수 있는 시원한 장소가 마땅찮아 대형카페에서 아침부터 저녁시간까지 버틴 경험이 적지 않은데, 주변에도 같은 처지의 학생들이 많았다"며 "걱정이 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다른 선택지도 없었다"고 했다.

최근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과 스페인·브라질 공동연구팀은 열과 습기가 올라갈수록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아지지만, 햇볕이 길고 화창한 날씨에는 사람들의 외부활동이 늘어나 코로나19 발병률이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실상 날씨와 코로나19의 상관관계에 대해선 연구마다 해석이 분분할지라도 적어도 날씨의 여파로 인한 사람들의 행동변화가 코로나19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름 동안 힘들지라도 개개인 스스로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사람 간 과한 밀접 접촉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는 여름철 코로나19 재확산 방지를 위해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며 "시민 여러분도 이 기간 거리 두기 등 기본생활수칙을 각별히 유념해달라"고 당부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빠른 전파 속도와 확산으로 인해 접촉자 추적관리만으로는 전파 속도를 늦추기에 한계가 있다"며 "필수적이지 않은 모임이나 약속은 취소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밀집해 밀접한 접촉이 일어나는 시설은 이용하지 말 것을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글·사진=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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