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정치의 실패다

  • 박진관
  • |
  • 입력 2020-07-04   |  발행일 2020-07-04 제23면   |  수정 2020-07-04

2020070301000136700004771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정치학)

계급 갈등은 공정과 평등의 문제와 직결되지만 사회 갈등의 원인인 기회의 불평등과 부정의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분배의 정의가 온전히 이루어지길 기대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문제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불평등과 격차를 보편적 다수가 수긍할 수 있느냐에 있다. 노력에 따라 적절한 분배가 이루어지고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정의로운 사회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다양한 층위에서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분야에 따라선 세계 10위권에 손색이 없더라도 현재의 격차의 확대는 자본주의의 속성으로만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자산의 편중 중 가장 심각한 분야는 부동산이다. 부동산 문제는 교육과 기회의 불평등, 상실감과 상대적 박탈감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한국의 토지와 이에 기인하는 부동산, 보다 구체적으로 고가 아파트를 둘러싼 문제와 부동산 가격 안정에 대한 사회적 해결책을 모색하지 못한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한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서 아파트값 상승은 숱한 정책과 조치에도 불구하고 보수 정권보다 더 큰 자산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토의 12%밖에 안 되는 수도권에 인구의 반 이상이 밀집된 구조적 불균형이 문제의 근본이므로 정부와 정책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규제 조치가 나올 때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가격이 상승하고, 특히 강남 등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30평 아파트의 가격이 20억원을 넘는 현상을 자본주의의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른 것이라고 치부해선 안된다. 부의 편재는 불가피하며 같은 맥락에서 서울 강남3구는 물론이고 서울 전역에 걸쳐 천정부지로 아파트 가격이 치솟고, 지역에 따른 격차가 일상화되는 현실을 경제문제로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역대 정부 중 부동산 문제를 해결한 정권은 없다. 그러나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이 자산의 격차이고 이 중 부동산이 근본적 문제라는 사실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공감이 형성되어 있다면 모든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했어야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계급 격차를 정치와 분리해서 본다면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모든 경제문제가 선거와 연결되므로 이 역시 정치의 문제로 인식되어 왔으나 사회적 부조리의 근본적 문제로 인식하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할 때가 됐다. 부동산 경기 하락이 경제 침체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을 의식하여 미온적인 대책에 그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기 때문이다.

거주 지역의 차이가 계급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은 상식적이지 않다. 보수와 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아파트 문제를 경제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 사회구성원이 부동산을 통해 좌절을 느끼고, 반대로 일부는 상류로 편입되는 이 상황이 한국 자본주의를 천민화시키는 기본 요소의 하나라는 철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토지 공개념 도입은 물론이고 특정 금액 이상의 고가에 대한 보유세 문제 등의 접근과 전국에 대한 동시 규제 등을 포함한 본질적 대책을 정권의 명운을 걸고 강구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부동산 격차를 해결하지 않고 기회의 평등과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외치는 것은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적 대타협은 기업과 노동의 문제만은 아니다. 부동산 문제를 사회적 갈등과 투쟁의 관점으로 조망하고 사회적 타협의 차원에서 다룰 때가 됐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정치의 실패이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정치학)

오피니언인기뉴스

우호성의 사주 사랑(舍廊)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