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정치칼럼] 정치인의 극단적 선택도 '정치행위'가 되는 나라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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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3   |  발행일 2020-07-13 제26면   |  수정 2020-07-13
부정부패 혐의 수사받다가
스스로 生 마감한 정치인들
자체가 정치행위 되는 현상
노무현·성완종 이어 박원순
죄악이자 비정상적인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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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안상영 전 부산시장(2004년), 박태영 전 전남도지사(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2009년), 성완종 전 국회의원(2015년), 노회찬 전 국회의원(2018년), 정두언 전 국회의원(2019년),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2000년대 이후 스스로 생을 마감한 유명 정치인들이다. 박원순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짧은 유언장에도 그 내용은 없다. 다만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여성 직원이 최근 성추행 혐의로 박 시장을 고소했으니, 그 사건과 관련 있을 걸로 추정된다. 박 시장에 앞서 같은 선택을 한 정치인들은 심한 우울증을 앓았던 정두언을 제외하면 각종 비리, 부정부패에 연루돼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안상영·성완종은 보수진영, 박태영·노무현·노회찬·박원순은 진보진영에 속해 있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유명 정치인들의 극단적 선택은 그 자체가 정치 행위가 되곤 했다. 보수에선 성완종, 진보에선 노무현이 대표적이다. 성완종은 보수를 흔들었고, 노무현은 진보를 살렸다. 보수진영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성완종 리스트'는 야산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그의 상의 주머니에서 나온 A4용지 8분의 1 크기 메모지였다. 김기춘·허태열·유정복·홍문종·홍준표·이병기·이완구·'부산시장' 등이 줄줄이 나열됐다. 리스트 내용 대부분은 사실관계와 다른 걸로 결론 났으나 확인 과정에서 진보의 공격거리가 됐다.

고향마을 부엉이바위에서 생을 마감한 노무현의 극단적 선택은 민낯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벼랑 끝에 몰렸던 진보를 극적으로 구출했다. 노무현정부가 끝난 뒤 '친노'의 핵심이었던 안희정이 '폐족(廢族)'선언을 했지만 노무현이 몸을 던져 친노를 포함한 진보 전체를 부활시켰다. 노무현을 그리던 사람들은 그의 친구이자 분신 같은 이미지가 있었던 문재인이 대신 나서 달라고 함성을 질렀고, 문재인은 '운명'이라며 받아들였다. 노무현이 선택한 최후의 정치술은 진보정권을 탄생시켰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주류세력을 바꾸고 있다.

노무현의 극단적 선택이 아니었으면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자리에 올랐거나, 올라 있는 사람들이 많다. 반대편에 있는 보수진영이 쇠락의 길로 접어든 간접적인 계기 역시 노무현의 마지막 결단이라고 볼 수 있다. 검찰이 문재인정권 개혁대상 1호로 지목돼 파문이 이어지는 일도 노무현이 치욕적인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일과 무관할 수 없다.

박원순의 극단적 선택도 본인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진보는 박원순의 생전 업적에, 보수는 피해 여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논쟁 중이다. 장례절차 등을 놓고 이념대결 양상까지 나타난다. 여기다 내년 4월 재·보선 때 오거돈이 성 추문으로 사퇴한 제2의 도시 부산시장에 이어 수도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치러지게 됐다. 보수는 '대선급 재보선'이라며 다시 전의를 불태운다. 이 때문에 박원순은 노무현과 달리 보수회생의 기회를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비리,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치인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셀프 면죄부를 받으려 하는 건 죄악이다. 정치를 하면서 민심을 먹고 살았는데,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또 사회에 퍼진 이념 과잉 탓에 극단적 선택이 정치행위가 되는 한국적 현상도 비정상이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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