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遷都(천도)의 정치학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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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1   |  발행일 2020-08-01 제23면   |  수정 202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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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중 현상을 방치한다면 한국의 발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치·경제권력은 물론이고 문화자본과 교육인프라, 의료와 금융시스템, 100대 기업의 95%가 수도권에 포진하고 있다. 남한 면적 12%에 인구의 52%가 밀집되어 있는 기형적 현상은 외국에서도 그 예를 찾기 어렵다. 흔히 뉴욕, 도쿄 등의 예를 들어 서울 강남 부동산 가격을 합리화하려 하지만 정확한 논증이 아니다.

지난달 20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청와대, 국회를 모두 옮기는 수도 이전 구상을 발표했다. 이는 이슈 선점 전략이나 야당이 비판하는 국면전환용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거대담론이다. 어떠한 형태이든 지금의 상황에 변형을 가해야 한다는 당위의 맥락에서 볼 때 수도이전은 규범적으로 정당성을 갖는다.

비록 2004년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 논리를 동원하여 수도 이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지만 국민적 합의를 통한 개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위헌 판결이었더라도 주권을 표상하는 일반의지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도이전을 제기하는 방식이다.

이 방안의 실현 가능성, 시기, 실효성, 파급영향 등이 충분히 연구되고 여권은 물론 정치권과 시민사회와의 사회적 합의 과정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거대담론은 절차와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헌과 불가분하게 연결되는 문제이고 대한민국 중심세력의 이동을 수반하는 문제를 여당 원내대표가 대정부질문을 통해 충격요법으로 제기하는 방식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일부 기능이 세종시로 이관되고 노무현정권 때부터 혁신도시를 거점으로 공공기관들을 이전했으나 기대했던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153개의 공공기관이 혁신도시 등의 거점을 중심으로 이전했으나 정책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업무의 비효율과 부작용이 도드라졌다. 실패한 지방분산이요 균형발전전략이 아닐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각종 인프라가 겸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과 의료, 금융, 기업 등의 물적토대가 갖춰질 때 이전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나 역대 정부는 물론이고 문재인정부도 출범 이후 이에 대해 성찰하거나 주목하지 않았다.

세종시에 정부의 기능 중 일부가 옮겨가고 권력 기반이 지방으로 분산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기득권의 포기가 수반돼야 한다. 이는 시민들의 사회적 이해관계나 삶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그동안 지방은 왜 공동화됐으며 궤멸 직전까지 왔느냐에 대한 원인부터 살펴야 한다. 국가의 장기 프로젝트 차원의 논의구조와 담론 차원의 시민적 공론화 단계가 작동된 이후 정치권에서 이를 바탕으로 시동을 걸어야 하는 문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시민사회의 공적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포기하는 것이고, 반대의 경우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전시켜 나갈 때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시민적 공론화가 결여된 수도이전 담론이 성공할 수 있을까. 여권 지지율 하락 중심에 부동산 문제가 있고 이를 호도하기 위한 정치공학이란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다. 행여 '이슈가 이슈를 덮는다'는 정치공학 원론에 따르는 것이라면 결과는 분열과 대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면 전환 정치에 능했던 조선 숙종은 결국 왕권 강화는 물론 탕평에도 실패했다. 분명 비대한 서울공화국, 더 직접적으로는 강남공화국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지방이 궤멸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인들 온전할까. 그러나 이를 대하는 집권연합은 여전히 안일하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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