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성의 사주 사랑(舍廊)]- "두 사람이 결혼하면 3년 안에 헤어진다?” 생월 궁합법의 오류

  • 김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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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09 14:41  |  수정 2021-02-0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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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에 어느 스님이 청춘 남녀의 궁합을 봐주면서 “두 사람이 결혼하면 3년 안에 헤어진다.”며 “내 말이 틀리면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고 호언장담하더라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 3년이 지나도 두 사람은 헤어지지 않은 채 잘살고 있지만 그 스님은 손가락에 장을 지지지 않았단다. 스님의 말처럼 결혼하면 3년 안에 헤어진다느니 집안이 망하고 자손이 끊어진다느니 하는 궁합법이 가취멸문법(嫁娶滅門法)이다.

끔찍한 뜻을 담은 이 궁합법은 남녀 음력 생월로 따져서 본다. 이 궁합법에 해당하는 만남은 1월생 여자-9월생 남자, 2월생 여자-8월생 남자, 3월생 여자-5월생 남자, 4월생 여자-6월생 남자, 5월생 여자-1월생 남자, 6월생 여자-12월생 남자, 7월생 여자-3월생 남자, 8월생 여자-10월생 남자, 9월생 여자-4월생 남자, 10월생 여자-11월생 남자, 11월생 여자-2월생 남자, 12월생 여자-7월생 남자이다.

이런 만남에 관하여 흉의를 담은 해설도 붙는다. 1월생 여자와 9월생 남자가 결혼하면 남자가 여성의 생활을 한다, 4월생 여자와 6월생 남자가 결혼하면 같이 살아도 등을 돌리며 산다, 8월생 여자와 10월생 남자가 결혼하면 서로 돕는 부부가 아니라 서로의 이익만 챙기는 부부가 된다, 10월생 여자와 11월생 남자가 결혼하면 여자가 남자를 의심하는 삶이 된다 등등.

가취멸문법과 비슷한 불혼법(不婚法)도 있다. 음력 생월로 따져서 어느 달 남자와 어느 달 여자가 만나면 이별 우려 있고, 가난하고, 병액과 풍파가 많고, 자식복이 박약하며 노년이 쓸쓸하다고 판단하는 궁합법이 불혼법이다. 이에 해당하는 만남은 2월생 남자-6월생 여자, 2월생 남자-3월생 여자, 3월생 남자-9월생 여자, 5월생 남자-8월생 여자, 6월생 남자-5·7월생 여자, 7월생 남자-11월생 여자, 8월생 남자-12월생 여자, 9월생 남자-10얼생 여자, 10월생 남자-5·7월생 여자, 11월생 남자-2월생 여자, 12월생 남자-5월생 여자이다.

정통명리학이 확립되기 전에 유행했던 당사주의 논리에 따라 생월로 보는 달맞이 궁합법도 있다. 이는 양력 음력 관계없이 칠충(七冲) 관계의 달에 태어난 남녀가 결혼하면 흉하다고 본다. 이에 해당하는 만남은 子월생(양12월)-午월생(양6월), 卯월생(양3월)-酉월생(양9월), 寅월생(양2월)-申월생(양8월), 巳월생(양5월)-亥월생(양12월), 辰월생(양4월)-戌월생(양10월), 丑월생(양1월)-未월생(양7월)이다.

역시 생월로 보는 오누이 궁합법도 있다. 같은 오행의 달에 태어난 남녀끼리의 만남은 오누이 사이와 같아서 잠자리하는 것도 문제이고 아이를 낳아도 문제라고 보는 궁합법이다. 이에 해당하는 만남은 寅월생-卯월생(寅과 卯는 木오행), 辰월생-未월생(辰과 未는 土오행), 巳월생-午월생(巳와 午는 火오행), 申월생-酉월생(申과 酉는 金오행), 戌월생-丑월생(戌과 丑은 土오행), 亥월생-子월생(亥와 子는 水오행)이다.

달맞이 궁합이란 말과 오누이 궁합이란 말은 근래 젊은이들이 명리학에 관심을 많이 갖고 사주와 궁합을 보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만들어진 말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살펴본 가취멸문법, 불혼법, 달맞이 궁합법, 오누이 궁합법 등은 모두 그 사람이 태어난 달끼리 맞춰서 보는 생월 궁합법이다. 딱 잘라서 말하건대 생월 궁합법은 맞지 않다. 믿고 따르면 안 되는 궁합법이다. 엉터리 궁합법이다.

왜냐하면 첫째 남녀가 결혼하면 좋은 만남이 되느냐 나쁜 만남이 되느냐를 따지기 전에, 궁합을 보기 전에 먼저 사주를 봐야 하는 법인데, 생월 궁합법은 사주고 보지 않은 채 좋은 만남이네 나쁜 만남이네 하고 왈가왈부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마땅히 선행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채 후행 행위로 결말을 내는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사주를 보기 전에, 그 사람의 운명(인생)을 알기 전에, 궁합을 논하는 처사는 허무맹랑한 일이요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짓이다.

둘째 사주를 다 봐야만, 생년월일시를 다 봐야만, 팔자(연간年干, 연지年支, 월간月干, 월지月支, 일간日干, 일지日支, 시간時干, 시지 時支)를 다 봐야만 운명(인생)을 알 수 있는 법인데, 생월 궁합법은 사람의 운명(인생)은 보지 않은 채 8자 중 1자인 월지만 보고서 좋은 만남이니 나쁜 만남이니 하고 왈가왈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주팔자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 건강, 배우자복, 자식복, 재물복, 관복, 인복 등 인생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를 얼마만큼 갖추고 있는지를 안다. 이런 요소는 보지 않은 채 남녀 월지의 상호작용만 따지는 생월 궁합법은 무용지물이다.

셋째 부부 사이의 친밀도는 본인의 자리인 일간끼리의 관계 그리고 배우자 자리인 일지끼리의 관계로 보는 간법이 정통명리학의 간법으로서 확립해 있는데, 월지끼리의 상호작용을 따지는 생월 궁합법은 일주(日柱=일간+일지)의 관계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월 궁합법은 생년 궁합법과 함께 용도폐기해야 할 궁합법이다. 그런데도 이를 상용하고 애용하는 역술인들이 적잖고 이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한탄스럽다.

배우자 자리인 일지만 보고 궁합의 길흉을 판단하는 생일 궁합법도 있다. 이는 일지끼리 합을 이루면 화합의 만남이고, 충·형·해·파가 불화의 만남이라고 본다. 이는 정통명리학에 근거한 정통궁합법의 하나로서 적합은 하지만 사주 전체를 보지 않은 채 곧 운명(인생)을 보지 않은 채 일지만 따져서 궁합을 논하는 일이므로 위험천만하다. 일지끼리 합을 이루는 부부인데도 다른 문제로 파탄에 이른 경우가 허다하다.

시중 철학관이나 점집 등에서 불혼법과 함께 애용하는 혼삼재법(婚三災法)도 있다. 이 법은 띠로 보는 궁합법으로서 이 삼재에 해당하는 부부는 화목하지 못하고, 병액으로 고생하고, 중도 좌절하고, 가산을 날리고, 이별한다고 본다. 이에 해당하는 만남은 범띠·말띠·개띠-쥐띠·소띠·범띠, 돼지띠·토끼띠·양띠-닭띠·개띠·돼지띠, 뱀띠·닭띠·소띠-토끼띠·용띠·뱀띠, 원숭이띠·쥐띠·용띠-말띠·양띠·원숭이띠이다. 삼재 자체가 미신에 불과하므로 혼삼재법은 엉터리다.

결혼은 인생을 좌우하고 운명을 좌우한다. 납음오행 궁합법, 띠궁합법, 가취멸문법, 불혼법, 혼삼재법, 달맞이 궁합법, 오누이 궁합법 등잘못된 궁합법으로 본 궁합을 오롯이 믿고 배우자를 선정하는 우를 범하면 불행을 자초한다. 사주를 먼저 보고, 운명(인생)을 먼저 보고 궁합을 보는 게 현명하다.

 

 

■우호성<△언론인(전 경향신문 영남본부장)△소설가△명리가(아이러브사주www.ilovesajoo.com 운영. 사주칼럼집 ‘명리로 풀다’출간)△전화: 010-380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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