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미스터 존스…독재 폭력에 신음하는 노동자 천국의 참혹한 실상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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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08   |  발행일 2021-01-08 제39면   |  수정 2021-01-08
스탈린 인터뷰 위해 우크라이나 잠입
선전과 달리 기근에 의한 대학살 현실
저널리스트 가레스 존스의 실화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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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초 런던. 전 영국 수상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의 외교 고문이었던 가레스 존스(제임스 노턴)는 히틀러와 인터뷰한 최초의 프리랜서 기자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가 새로운 유토피아를 선전하는 스탈린 정권의 막대한 혁명자금에 의혹을 품고, 직접 스탈린을 인터뷰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향한다. 그곳에서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 모스크바 지국장인 월터 듀란티(피터 사스가드)를 만나 협조를 구하지만 친 스탈린 성향인 그는 "스탈린에게 반항하는 건 기자의 직분이 아니다"라며 경고한다. 하지만 존스의 투철한 기자정신에 마음이 움직인 베를린 출신의 기자 에이다 브룩스(바네사 커비)는 그가 찾는 진실에 접근할 실마리(우크라이나)를 제공한다. 도청과 미행, 납치의 위협 속에서 가까스로 우크라이나 잠입에 성공한 존스. 이후 보고도 믿기지 않는 참혹한 실상과 마주한다.

웨일스의 젊은 저널리스트 가레스 존스의 실화를 다룬 '미스터 존스'는 스탈린 치하의 인위적 기근에 의한 대학살로 일컬어지는 '홀로도모르'를 조명한다. 우크라이나에서만 무려 400만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낸 '홀로도모르'는 우크라이나어로 '기아로 인한 치사(致死)'를 뜻한다. 영화는 세계 경제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사회 기반시설 확충에 열을 올리던 스탈린 정권의 자금이 어디서 흘러들어오는지 의문을 품게 된 가레스의 행보를 숨죽이며 따라간다.

감시자를 따돌리고 우크라이나행 일등석에서 화물칸으로 갈아탄 순간부터 가레스는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노동자들의 천국'으로 선전하던 우크라이나의 처참한 현실을 목격한다. 굶어 죽은 시체들이 거리 곳곳에 방치돼 있고, 살아남은 이들은 인육까지 먹으며 겨우 연명한다. 지옥도가 따로 없다. 세계의 곡창지대라 불리던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자신들이 피땀 흘려 거둔 곡식을 구경조차 하지 못하고 스탈린의 정치적 희생양이 돼 쓰러져 갔다.

스타일리시한 장치를 배제한 카메라는 시종 잿빛에 가까운 톤으로 독재의 폭력에 신음하는 우크라이나의 실상을 날카롭고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이는 잔혹한 현실에 맞서 연속적인 지옥의 순환에 들어간 가레스 존스의 용기와 이상, 사명감 등을 명징하게 설명한다. 스탈린에 대한 가레스 존스의 폭로는 20세기 최고의 정치 우화소설로 손꼽히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1945)에 영감을 줬다. "문제의 핵심은 인간이다. 인간이 우리의 진정한 적"이라는 조지 오웰의 집필 과정을 교차해 보여주며 진실은 시대가 부정하고 감춘다 해도 반드시 우리에게 전해짐을 설파한다.(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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