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대통령의 리더십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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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21   |  발행일 2021-01-21 제22면   |  수정 2021-01-21
文 통치철학 정체성 아리송
방관하고 실천 없고 몽상적
신년회견도 믿음 주지 못해
부동산 대책 현실감각 부족
'미래통찰'이 지도자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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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6년 발간한 저서 '고용·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서 인간의 비경제적 본성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을 처음 언급했다. 미래의 불확실성과 맞닥뜨려 동물적 감각이나 직관에 의해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기업인을 비유할 때도 흔히 '야성적 충동'이란 말을 원용한다. 1971년 영국에서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보여주며 현대조선소 투자금을 유치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야성적 충동의 전설로 회자된다. 정주영 리더십의 키워드는 '도전'. "이봐, 해봤어"란 어록에도 '도전'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1983년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반도체 사업 진출 선언은 한국 기업 100년사의 퀀텀 점프 순간이었다. 지난해 전경련이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도 6·25 전쟁 발발 후 70년간 최대 업적으로 삼성의 반도체 사업 진출(64.2%)을 꼽았다. 이병철 리더십의 정수(精髓)는 '미래 통찰'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침몰 직전의 거함 GE(제너럴 일렉트릭)를 살려낸 잭 웰치 리더십은 '위기 극복'으로 응축된다.

한데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은 정체성부터 아리송하다. 북한은 5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도 소형 전술핵 개발에 진력하고 있다. 더욱이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후 김정은은 단 한 번도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여전히 북의 비핵화 기대를 접지 않는다. 몽상가 리더십으로 읽히거나 낙관주의자로 비쳐지는 대목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또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며 코로나19 상황을 낙관했다.

방관자 리더십의 면모도 엿보인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을 때도, 윤미향 사태, 박원순 사건, 가덕도 신공항 문제에도 침묵했다. 입장을 밝히기 곤란한 현안엔 그냥 방관하는 '선택적 침묵'이 고답적(高踏的)이기까지 하다. 구두선(口頭禪) 리더십이란 지적도 비켜가기 어렵다.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 실현, '일자리 대통령' 같은 약속이 전부 허언이 됐으니 말이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참사를 가구 수 급증 탓으로 돌린 것도 마뜩잖다. 지난해 1월만 해도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고 하지 않았나.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미래를 읽어 현재의 결정을 내린다"고 했다. 과대망상증이란 비아냥을 들어가며 반도체 투자를 결단한 이병철 경영철학의 요체도 '미래에 대한 통찰' 아니었던가.

박정희 리더십은 그린벨트 지정, 중화학공업 진흥, 경부고속도로 건설이란 업적을 남겼고, 한미FTA 체결, 이라크 파병을 실행한 노무현 리더십은 실사구시가 돋보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융합했다. 한데 문재인 정부는 도통 현실감각이 없다. 탁상공론만 무성했다. 부동산 현안도 다르지 않다. 문 정부 임기 초에 보유세 강화와 공급 대책 두 가지만 확실히 했더라도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대통령이 무소불위는 아니다. 눈에 거슬리는 검찰총장·감사원장도 마음대로 쫓아내지 못하는 게 법치국가 대통령의 한계다. 하지만 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국민 생계와 안위에 직결된다. 문 대통령의 신년 회견은 리더십에 믿음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의문부호만 남겼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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