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가 쌓이면서 업무 영역이 확대되다 보니, 업무로 유독 바쁜 날이 일주일 중에 하루는 꼭 있다. 일을 마무리하는 데 힘을 쏟다 보면 퇴근 후에는 집에서 손 하나 까딱하기 싫어진다. 그런 날에는 무조건 밖에서 저녁을 해결한다.
규동 전문점 마츠야와 돈까스 전문식당 마츠노야 메뉴. |
밤 늦게까지 영업하는 데다 1인 좌석이 다수 있어서 퇴근 시간에는 혼밥하는 직장인을 적잖게 목격할 수 있다. 일본 전국에 체인점이 있고 금방 조리돼 나오는 음식, 혼밥하기 좋은 분위기, 한끼 식사를 1만원 이하로 해결할 수 있는 부담 없는 가격 등으로 일본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마치 한국의 '김밥△△'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지인들도 늦은 퇴근 후엔 주로 밖에서 저녁을 사먹는다고 하는데, 마츠야와 같은 가게에서 사먹거나 도시락으로 포장해 집에 가져 간다. 때론 편의점에서 빵이나 주먹밥으로 간단하게 때우기도 한다.
일본에서 처음 맛본 탄탄멘과 교자. |
때마침 매운 음식이 그리워지던 참이었고 상사와도 더 얘기해 보고 싶어서 흔쾌히 길을 나섰는데, 처음 먹어본 라멘의 매력에 그만 푹 빠져 버리게 됐다. 얼마나 맛있었던지 세 명 모두 먹는 데 집중하느라 대화 나눌 틈도 없었던 기억이 난다. 내친김에 우리 셋은 아예 '라멘 원정대'를 결성했다.
가장 좋아하는 라멘은 처음 맛본 바로 그 '탄탄멘'. 닭으로 낸 육수에 고춧가루와 마늘이 듬뿍 들어 있어 한국인에게 익숙한 '매콤 짭짤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필자의 일본생활 적응에 도움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날 이후 세 명은 퇴근 시간이 맞는 날이면 언제나 함께 라멘을 먹으러 다녔는데, 이걸 계기로 상사와의 거리감도 좁힐 수 있었다. 한일 간 문화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일본 생활에서 궁금한 점을 질문하며 직장 동료로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
지금은 예전처럼 함께 라멘을 먹으러 가지 못해 너무 아쉽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
◆필자 소개
전혜민 엔지니어는 대구에서 태어나 성화여고를 졸업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에 입학, '일본취업반'에서 수학했으며, 2018년 2월 졸업 후 일본 '라이풀(LIFULL)'의 자회사인 '라이풀 스페이스(LIFULL SPACE)'에 입사했다.
몇 년 전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취업 선호도에서 라이풀은 1위로 뽑혔을 정도로 인기 높은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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