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파더·용진이형…'재밌는 회장님'이 시장경제 이끈다

  • 김형엽
  • |
  • 입력 2021-05-14 07:18  |  수정 2021-05-14 07:28  |  발행일 2021-05-14 제11면
국내외 CEO의 이유있는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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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신세계그룹 캐릭터 '제이릴라'를 잇따라 언급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정용진 인스타그램 캡처>

기업을 대표하는 CEO(최고경영자)에 대한 이미지는 그다지 친근하지 않다. 주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만큼 그들의 사적인 모습을 알기도 어렵다. 모 기업 회장과 같은 경우 대외 접촉을 꺼린다며 대리 작성한 인터뷰 내용에 본인 이름만 빌려줄 정도로 외부 채널과의 소통을 차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고착화 된 '회장님 이미지'에 파문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도지파더'를 자처하며 가상화폐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부터 '용진이형'이라는 칭호를 얻은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까지.

때로는 옆집 형처럼,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탈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들의 행보는 대중에게 큰 관심을 얻으며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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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도지코인'을 지지하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한 사진. <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트윗 하나로 코인 시장 들었다 놨다 '일론 머스크'

최근 '도지코인' 급등세를 일으키며 가상화폐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도지파더' 일론 머스크. 그는 간편 결제 시스템 페이팔의 전신인 'X.com'을 설립해 젊은 나이에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이후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와 전기차 기업 '테슬라'를 창립하며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지난 3월 테슬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공시 자료를 통해 머스크의 공식 직함을 '테슬라의 테크노킹(Technoking of Tesla)'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그는 종종 '기행'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며 실리콘밸리의 '괴짜'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기행은 단순히 웃고 넘어가기엔 파급력이 굉장하다. 올해 1월 미국 개인 투자자인 개미들은 헤지펀드와 '게임스톱' 주식 공매도 전쟁을 벌였다. 전 세계 6천여 개 매장을 두고 비디오 게임 및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게임스톱이 경영난에 처하자 공매도 세력이 주가 하락에 베팅했고, 소셜미디어 '레딧'에 모인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에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게임스통크(Gamestonk)'라는 글을 게시하며 '마이너' 개인투자자에게 힘을 실었다. 스통크(Stonk)는 '맹폭격'이라는 의미다. 이후 게임스톱 주식은 정규장에서 약 92% 상승하며 마감해 머스크의 파급력을 실감케 했다.

SNS 소통 발판삼아 파급력 키워가
일론 머스크 '도지코인' 지지 트윗엔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 들썩일 정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고릴라 캐릭터
부캐 콘셉트로 대중관심 끄는데 성공
관련 콘텐츠 사업 활발하게 진행될 듯


지난 6개월간 260배나 올랐던 도지코인 가격을 쥐락펴락하는 것도 일론 머스크다. 그는 수년 전부터 가장 선호하는 암호화폐가 도지코인이라며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올해 패션잡지 '보그(Vogue)'를 빗대 '도그(Dogue)'라는 가짜 잡지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며 도지코인은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그가 이끄는 스페이스X 기업의 로켓에 도지코인 이름을 딴 인공위성 '도지-1'을 실어 달로 띄울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테슬라는 지난 1월 비트코인을 15억달러(약 1조7천억원)어치 매수했으며, 3월부터는 테슬라 제품을 구매할 때 비트코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1월 3천만원대에 거래가 이루어졌던 비트코인은 지난달 8천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거침 없는 입담 '정용진'

우리나라 기업 중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CEO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특히 정 부회장과 고릴라 캐릭터 '제이릴라'가 보여주고 있는 궁합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22일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못마땅해하는 표정으로 제이릴라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자꾸 찾아와서 친한 척하는데 귀찮아 죽겠음 그리고 나랑 하나두 안 닮았음"이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4일에는 "너무나 짜증 나는 고릴라 X끼. 진짜 나랑 하나두 안닮았고 J는 내 이니셜도 아님"이라고 글을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릴라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정 부회장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면서 둘 사이에 오고가는 설전은 끊이지 않고 있다.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소 거친(?) 표현까지 사용하며 글을 올렸지만 반응은 호의적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63만4천명을 보유한 파워 인스타그래머 정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제이릴라를 언급하면서, 지난달 2일 계정을 개설한 제이릴라 팔로워 수는 한 달여 만에 5천700여명으로 급증했다. 정 부회장 성씨 '정'의 영문 앞글자 알파벳 'J(제이)'와 고릴라 중 '릴라'를 합쳐 명명한 제이릴라는 지난해 9월 이마트가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후 신세계푸드가 상표 소유권을 가져갔으나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유통업계에서는 향후 제이릴라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장님의 일탈 득일까 실일까

CEO의 일탈이 항상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 8일(현지시각) '도지파더' 일론 머스크가 미국 코미디 쇼 'SNL(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출연했지만 도지코인은 3분의 1 이상 폭락한 바 있다. 이후 머스크는 스페이스X '도지-1' 달 탐사 임무 비용을 도지코인으로 지불한다고 발표했으며, 트위터에 테슬라 결제 수단으로 도지코인을 허용하길 원하는지 설문을 올리는 등 여론을 자극했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급등세는 보이지 않았다.

13일 코인 시장은 그의 트윗 한 번에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12일(현지시각)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을 사용한 테슬라 자동차 구매 결제 허용을 돌연 중단한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컴퓨터를 대량 가동하면서 전기가 많이 들고, 화석 연료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3일 장중 한 때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1비트코인 가격이 6천만원 이하로 떨어지는 등 급락 현상을 보였다.

정용진 부회장의 경우도 다소 수위 높은 발언을 통해 새로 창단한 야구팀 SSG 랜더스 및 신세계그룹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가 올라갔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심이 기업보다는 CEO에게 쏠리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SNS를 통해 주목을 받은 유명인이 SNS 때문에 구설수에 휘말리는 경우가 잦아 마케팅 측면에서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분위기가 좋을 때는 기업과 CEO 모두 좋은 영향을 주고받지만 개인적인 실수가 기업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공감하듯 회장님의 일탈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어떻게 해서든 그들 눈에 들어 좋은 기회를 얻으려는 이들도 있고, 장단에 맞춰 주느라 피곤해하는 이들도 있다.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라떼는 말이야' 'BBC 선정 오늘의 단어 꼰대(kkondae)'.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쇄적인 소통 구조는 부작용과 함께 풍자의 대상이 됐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CEO의 행보가 다른 기업가들의 소통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 받고 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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