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희 대구아트스퀘어조직위원장 "대구는 한국 근대미술 발상지...재경향우회와 함께 민간주도 유치운동 필요"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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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6 19:52  |  수정 2021-06-28 14:28  |  발행일 2021-05-17
'이건희 미술관 유치 당위성과 전력을 듣다'
정부지원 힘입은 타지와 달리 자생적으로 문화예술 꽃피워
대구아트페어 문화역량 증명...시 미술관터 제공의사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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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이 '이건희 미술관'이 대구에 건립돼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유족 측이 지난달 28일 '이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 작가의 근대미술 작품 등 총 2만3000여점의 미술품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이 회장의 기증 정신을 살리고 좋은 작품을 국민이 감상할 수 있도록 전용 공간에서 전시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이건희 미술관' 건립 지시 후 전국에 많은 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유치경쟁에 나섰다. 대구시도 삼성과 이건희 회장의 연고를 내세워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경북도는 상생협력 정신을 살려 대구시를 측면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구미술관 운영위원회 위원장·대구문화재단 이사 등을 역임하고 현재 컬러풀대구페스티벌조직위원회 위원장·대구아트스퀘어조직위원회 위원장·현대미술관회 부원장 등으로 문화예술 및 미술계에 조예가 깊은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을 만나 이건희 미술관의 대구 유치 의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최근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서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이 치열하다. 특정 컬렉션에 대해 이렇게 많은 지자체가 미술관 유치전을 벌인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유는 이건희 컬렉션의 가치 때문으로 보인다. 이건희 컬렉션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
"이건희 컬렉션의 가치는 한 마디로 전 세계 어느 미술관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것이다. 이렇게 유치전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은 결국은 그 컬렉션을 담고 있는 미술관이 건립되면, 설사 독도나 울릉도라고 할지라도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관광지가 된다. 장소가 어디든 미술 애호가들이 발걸음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예술의 섬'인 일본 나오시마섬을 보면 비행기를 타고 또 기차를 타고, 배로 섬에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지 않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 가치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대구가 이건희 미술관 입지로서의 유리한 점은 무엇인가?
"이건희 컬렉션의 비교불가 가치 때문에 전국에서 유치전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데 과연 얼마나 당위성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당위성에 있어서는 일단 왜 '국립' 자가 붙은 기관은 꼭 서울에 있어야 되는가이다. 우선 지방 균형 발전이나 국민들의 평등한 문화적 권리 향유를 위해서도 이제는 지방에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대구에는 국립박물관이 있고, 근현대미술 전시로 대표되는 대구미술관도 있다. 거기에다가 간송미술관이 들어온다. 이우환 미술관이 무산된 것이 정말 아쉽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면 도시 전체 격을 올리는 전화위복의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삼성과 이건희 회장과의 연고는 대구를 따라갈 지자체가 없는 것 같다.
"그렇다. 삼성그룹의 출발이라 할 삼성상회가 대구에 있고, 또 이건희 생가도 있다.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제일모직 터가 남아있고, 대구오페라하우스에다가 삼성 라이온즈까지, 어떻게 보면 이렇게 한 덩어리로 대구 전체가 삼성의 향기를 같이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자 필연이 아닐까, 그래서 유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여기에다 대구는 우리나라 근대미술의 발상지이고, 실제 근대미술이 발달된 도시다. 그런 점도 우리가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는 데 명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 당연하다. 대구가 근대미술의 발상지이기도 하고 특히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대구지역 작가들이 굉장히 많은 공헌을 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작가들 중에 대구를 근거지로 해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건희 컬렉션은 아버지 이병철 회장의 안목을 받아 근대뿐만 아니라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준높은 작품들을 수집했는데 그런 점에서도 대구 달성군이 현대미술제를 개최하는 등 근현대미술을 지키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또 우리나라 3대 아트페어의 하나인 대구아트페어도 열리고 있고 수준 높은 문화예술도시로 많은 콜렉터와 잠재적인 콜렉터들이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또 예술 대학도 많다. 광주 아시아 문화 예술의 전당처럼 정부에서 지원해 준 것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문화예술을 꽃피우고 있는 도시는 대구 밖에 없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의 좋은 명분이다.
"그래서 저는 이건희 미술관이 오면 이런 모든 점과 점, 선과 선이 이어져 하나의 큰 그림으로 그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단지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 유치 명분을 찾아달라고 하는데 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나아가 이건희 미술관이 대구에 유치되면 '대구가 한국의 문화예술계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 인가'하는 비전 제시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설계도 없이 그냥 대구가 입지조건이 좋다 또는 삼성의 발상지다 라고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에 대구미술관에서 기증 받은 작품도 숫자로는 다른 지역에 부족하지만, (가격이 작품가치를 꼭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가격면에서 또는 미술사적으로 훨씬 중요한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우리 생각이지만)삼성도 대구를 각별히 생각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도 해본다."


▶대구가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해 가기 위해서는 문화도시로 가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대구는 우리나라 다른 도시들에 비해 근대예술문화 장르가 골고루 발달된 유일한 도시(서울 제외)라고 생각한다. 대구의 자산이라 할만하지 않나?
"그렇다. 서울에서 하는 KIAF(Korea International Art Fair·한국국제아트페어)나 부산아트페어를 보면 지자체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고 물질적으로도 대단한 후원을 해주는데도 불구하고 도시의 규모를 대비해 볼 때 대구가 이만큼 따라가고 있는 걸 보면 대구가 갖고 있는 그 문화적인 소양, 또 전체적인 문화역량이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건희 미술관이 대구에 오면 정말 대한민국 전체의 미술계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는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 이런 환경에서 이건희 미술관이 대구에 생기면 미술계뿐만 아니라 도시 자체가 국제적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지역보다 풍성한 문화적 자산이 제대로 평가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처럼 대구도 이건희 미술관으로 그만한 명성을 얻을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나?
"당연하다. 그런 면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유리하다. KTX로 두 시간 안에 다 올 수 있다. 대표적 역사 관광지인 경주도 함께 부각될 수 있다. 경주에는 박대성 화백의 작품 기증으로 건립된 솔거미술관 등이 있고, 인근 포항에도 시립미술관이 있으며, 영천·청도 등 주변 도시에 미술 인프라도 많다. 그 속에 이건희 미술관이 있으면 정말 뮤지엄을 하는 사람들, 미술계를 움직이는 큰손들이 대구를 찾을 수 밖에 없다. 기필코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해야 된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지금 전국 지자체에서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이 한창이다. 나름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데 그럴듯한 곳도 있고, 명분이 약한 곳도 많다. 유치전이 치열하다보니 부작용도 예상된다. 제 생각에는 지자체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 민간주도로 유치 명분을 세우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 운신의 폭이 넓어 보인다. 민간추진위원회 같은 조직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며칠전 대구시 관계자가 시에서도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해서 제가 재경향우회를 움직이라고 이야기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계시고, 서울에는 대구 출신의 정·재계 쟁쟁하신 원로들이 많이 계신다. 그분들 찾아가서 여태까지 지역에서 선거 때마다 많이 도와드렸고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으니 고향을 위해 뭔가 할 때가 됐다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 준비도 안하고 요청만 할 게 아니라 대구시에서는 땅을 내놓겠다고 하고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유치운동에 적극 참여하면 좋은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 생각한다."


▶ 이건희 미술관 유치 민간추진위원회 같은 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형태로 조직을 갖추는 게 좋은가?
"민간차원에서 움직이되 대구시가 행·재정적 지원을 하면 된다. 대구지역 문화예술계 인사와 교육계, 미술협회, 미술 소비자를 대표하는 컬렉터 등으로 구성하면 좋을 거 같다. 추진위원장은 지명도가 높은 서울에 계신 분이 적임자다. 그러면 전국적인 주목도 받고 지역 언론의 한계도 극복 할 수 있다. 그리고 서울의 한국예총, 한국미술협회, 현대미술관회, 메세나협회 등 여러 문화예술단체에 대구출신 이사들이나 위원들이 상당히 많다. 그 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에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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