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경 비대면 유통 허용 추진에 대구업계 '패닉'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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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1 07:14  |  수정 2021-06-15 12:55  |  발행일 2021-06-11 제9면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 대기업 배만 불려" 반발
"안경사 권한 침해하고 국민 눈 건강도 해칠 우려"
"온라인 가격경쟁 더 과열" 지역 영세업체 도태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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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안경거리(영남일보 DB)
정부가 안경원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도수 안경의 온라인 판매 허용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안경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대한안경사협회는 법률상 명시된 안경사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역 안경 제조업체들 또한 도수 안경의 온라인 판매가 대기업·유통업계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9일 비상경제 중앙 대책본부회의 겸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올해 내 도수 안경의 온라인 판매 서비스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경원에 가지 않고도 누구나 온라인을 통해 쉽고 저렴하게 도수 안경을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 발표에 지역 안경사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종호 대한안경사협회 대구안경사회 회장은 "정부의 도수 안경 온라인 유통 방침은 명백한 안경사 권한의 침해"라며"안경 렌즈 처방에는 도수뿐만 아니라 개인의 초점 및 굴곡 등 다방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경판매업계에선 벌써부터 사업자체 붕괴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대구의 한 안경원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평년 대비 매출이 반 토막나면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이 같은 소식을 들으니 힘이 빠진다"며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점포를 정리할 것"이라고 답답해 했다.

대한안경사협회 대구안경사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대구에 위치한 안경원은 총 616개다. 종사자만 무려 1천명에 육박한다.

안경 제조업계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수 안경의 온라인 유통이 안 그래도 치열한 업계 간 경쟁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경우 지역 제조업체 또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대구지역 안경제조 업체 관계자는 "도수 안경의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면 가장 이익을 보는 집단은 대기업·유통업계"라며 "업계 간 가격 경쟁으로 안경 부품 단가는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의 안광학 제조기업은 총 595개 사로, 이중 종업원 10인 미만 기업이 91%나 된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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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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